경찰이 엔터테인먼트 기획사 ‘하이브’의 방시혁 의장을 15일 소환 조사할 것으로 9일 알려졌다. 방 의장은 회사를 상장하는 과정에서 투자자들에게 주식시장에 상장할 계획이 없다고 속여 주식을 팔게 한 뒤, 2000억원대 상장 이익을 챙긴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방 의장이 수사기관에 출석해 조사를 받는 건 처음이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방 의장은 15일 오전 10시 서울 마포구에 있는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청사에 출석해 조사받기로 경찰과 협의를 마쳤다고 한다. 경찰은 지난 7월 말 서울 용산구 하이브 본사를 압수 수색했고 최근 압수물 분석을 마쳤다. 방 의장은 지난달 11일 미국에서 귀국해 국내에 머무르고 있다. 사정 당국 관계자는 “방 의장 측이 비공개 출석을 요구하지 않아 경찰 출석 때 포토 라인에 설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경찰 등에 따르면, 방 의장은 하이브가 증시에 상장하기 전인 2019년 하이브 사외이사 출신 측근들이 사모 펀드를 세우도록 하고, 이 사모 펀드는 투자자들에게 하이브 비상장 주식을 사들였다. 방 의장은 투자자에게 상장 계획이 없다며 주식을 사모 펀드에 팔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런데 방 의장은 사모 펀드와 상장에 따른 지분 매각 차익의 30%를 넘겨받는 계약을 맺었다. 사모 펀드는 상장 직후 하이브 주식을 대거 팔아치웠고, 계약에 따라 방 의장은 2000억원 정도의 이익금을 정산받은 것으로 금융 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경찰은 방 의장의 이런 행위가 자본시장법상 부정 거래에 해당할 수 있다고 의심한다.
방 의장 측은 ‘혐의가 없다’고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로 지목된 기관 투자자들은 하이브 상장 이후 약 5년간 하이브나 방 의장을 고소·고발하거나 하이브 쪽에 항의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방 의장을 고발한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하이브 초기 투자자로 주식을 매각한 LB인베스트먼트와 알펜루트자산운용, 중국계 벤처캐피털 레전드캐피털 등을 피해자로 보고 있다. 그런데 이들은 하이브 투자로 큰 수익을 거둔 만큼 피해자를 자처하지 않고 있다.
LB인베스트먼트는 하이브에 65억원을 투자해 1200억원을 회수했고, 알펜루트자산운용 역시 100억원이 넘는 수익을 냈다. 투자 업계 관계자는 “당시 하이브 주식을 보유한 기관 투자자들은 펀드 만기, 위험 회피 전략으로 지분을 판매한 측면도 있다”며 “당시 하이브 인기 가수는 BTS 외엔 없는 데다가 BTS 멤버 다수가 군대에 가야 하는 시점이라 기업 가치를 무조건 높게 평가할 수 없었다”고 했다.
자본시장법 전문가들은 하이브와 방 의장이 고의로 투자자들을 속이려 했는지, 기관 투자자들이 주식을 매각할 당시 정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이정수 서울대 로스쿨 교수는 “투자자들이 상장 계획 등을 어렴풋하게나마 알고 있었는지, 당시 주식 매각 동기가 어땠는지 등을 구체적으로 살펴봐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