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경기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참사는 예고된 인재였다. 공사 기간을 줄이려던 하청업체가 안전장치를 앞당겨 철거했고, 감독 기관인 시공사와 발주처는 39일 동안 이를 방치했다. 결국 400t 중량의 장비를 무리하게 이동시키다 지지대(거더·girder)가 무너져 10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경기남부경찰청 광역수사단 수사전담팀은 8일 중간수사 결과를 통해 “현장에 있어야 할 전도방지시설(스크류잭) 8종이 대부분 제거된 상태였다”고 밝혔다.
스크류잭 84개 중 72개가 미리 해체됐고, 지지대를 고정하는 와이어로프와 전도 방지 철근도 편의상 철거됐다. 콘크리트 양생도 거치지 않은 뼈대만 있는 철근만 있었다.
조사 결과, 사고는 400t짜리 지지대를 인양하는 장비인 ‘빔런처’가 지지대 위를 뒤뚱거리며 후진하는(백런칭)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매뉴얼에는 없는 방식이었지만, 분해·재조립에 2개월이 걸리는 정상 절차 대신 2주 만에 끝나는 편법을 선택한 것이다. 이동 간격은 별도의 안전관리계획서 작성 없이 눈대중이나 발걸음 수로 계산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지지대 고정 장치도 제거된 상태에서 400t 무게를 그대로 얹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에 따르면, 하청업체 장헌산업은 지난 1월 17일 스크류잭을 대거 해체했지만 시공사 현대엔지니어링과 발주처 한국도로공사는 사고가 난 2월 25일까지 39일 동안 이를 알고도 방치했다. 경찰은 현장소장 등 하청·시공·발주처 관계자 5명에 대해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 관계자는 “전도방지시설 해체와 백런칭 강행이 겹쳐 구조물에 치명적인 하중이 발생했다”며 “총체적 안전 불감증이 빚어낸 전형적 인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