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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주식 차명 거래 혐의로 수사 중인 이춘석(4선·전북 익산갑) 무소속 의원이 보좌관 차모씨 명의 계좌로 최근까지 투자한 금액이 10억원이 넘는 정황을 잡고 자금 출처를 조사 중인 것으로 7일 알려졌다. 이 의원이 최근 4년간 공직자윤리위원회에 신고한 재산은 4억2000만~4억7000만원 정도다. 그는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고 신고한 적은 없는데, 신고 재산의 배가 넘는 돈을 수년간 차명 계좌로 입금해 주식 거래를 해온 정황이 포착된 것이다. 경찰은 이 의원이 후원금 등 정치자금을 주식 투자에 썼는지 조사 중이다.

그래픽=김의균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이 의원이 3년 이상 차씨 명의 계좌로 주식 거래를 해온 정황을 최근 파악했다고 한다. 이 의원은 지난달 4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휴대폰을 이용해 차씨 명의로 인공지능(AI) 관련주인 네이버와 LG 씨엔에스 주식을 거래하는 모습이 언론 카메라에 포착됐다. 당시 사진을 보면 차씨 계좌 화면엔 카카오페이 537주, 네이버 150주, LG 씨엔에스 420주 등을 현금과 신용을 합쳐 약 1억원에 매입한 것으로 돼 있었다. 그런데 최근 수년간 이 계좌에 입금된 투자 총액은 이보다 훨씬 많았다는 것이다. 사정 당국 관계자는 “이 의원은 수년간 단타 매매를 즐긴 것으로 안다”고 했다.

경찰은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지난 6월을 전후한 이 의원 주식 투자 기록을 분석해 왔다. 이 의원은 이 대통령 취임과 함께 발족한 국정기획위원회에서 AI(인공지능) 정책을 담당하는 경제2분과장을 맡았었다. 그런 만큼 경찰은 이 의원이 정부 내부 정보를 이용해 주식 거래에서 이득을 취했을 가능성을 수사해 왔다.

이와 관련해 경찰은 이 의원이 수년간 차 보좌관 명의 차명 계좌에 입금한 10억여 원 중 상당액이 현금으로 입금된 정황을 포착했다. 주식 투자 때 일반적으로 활용하는 계좌 이체 방식이 아니라 차 보좌관이 수백만 원 단위로 직접 현금을 입금했다는 것이다. 현금 입금 직후에 주식 매매가 이뤄진 경우가 적잖았다고 한다. 경찰은 차씨 계좌 입출금 기록과 이 의원의 재산 변동 내역, 정치 후원금 입출금 내역 등을 맞춰보고 있다. 정치자금을 주식 투자에 썼을 가능성을 의심하는 것이다. 이 의원은 최근 두 차례 이뤄진 경찰 조사에서 “주식 투자금은 개인 자금”이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이 의원은 지난달 4일 국회 본회의 도중 스마트폰의 주식 거래 앱을 만지는 장면을 찍은 사진이 보도돼 파문이 일자 더불어민주당에서 제명됐다. 당시 맡고 있던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직, 국정기획위 경제2분과장직에서도 사퇴했다. 이 의원과 차 보좌관은 경찰 조사에서 주식 차명 거래 혐의(금융실명법 위반)는 인정하면서도 공직에 있으면서 얻은 내부 정보를 활용해 투자한 혐의(자본시장법·이해충돌방지법 위반)나 후원금 등을 주식 거래에 쓴 혐의(정치자금법 위반) 등은 부인하고 있다고 한다.

경찰은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정부의 비공개 AI 관련 정책 자료가 국정기획위나 이 의원실에 제출된 적이 있는지와 관련한 자체 조사 결과를 제출받았다고 한다. 과기부 관계자는 “국정기획위나 이 의원 측에 사업 관련 자료가 제출된 것은 없다”고 했다. 본지는 이 의원과 차 보좌관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연결이 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