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후 경북경찰청, 국립과학수사연구원,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 노동 당국 등 합동감식에 참여한 기관 관계자들이 경북 청도군 화양읍 삼신리 경부선 무궁화호 열차 사고 현장에서 합동감식을 진행하고 있다./뉴스1

지난 19일 경북 청도군을 지나는 경부선 철도에서 무궁화호가 근로자 7명을 치어 2명이 숨지고 5명이 다친 사고와 관련해 경찰과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 등이 합동 감식을 진행했다. 당시 근로자들에게는 열차 접근을 감지할 수 있는 경보 장치 4개가 지급됐지만, 결국 사고를 막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20일 사고 현장에서 진행된 브리핑에서 경북경찰청 안중만 형사기동대장은 “사고 당시 근로자들이 갖고 있던 열차 감지 경보 장치는 총 4개로 현장에서 파손된 장치도 발견됐다”며 “작동 여부는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 장치는 선로 작업을 할 때 열차가 2~3km 가까이 왔을 때부터 지나갈 때까지 경보음이 울리는 단말기다. 작업자 7명에게 총 4개의 단말기가 지급됐음에도 사고를 막지 못한 것이다.

근로자들이 대피할 공간도 일부 확보돼 있었던 것으로 경찰은 분석했다. 안 대장은 “선로 옆 공간이 넉넉하지는 않다”면서도 “열차가 온다고 예측을 했다면 충분히 피할 수 있는 여지가 있던 상황이며, 추락할 위험도 없었다”고 했다.

경찰은 무궁화호의 폭이 선로의 폭보다 넓어 추돌 사고가 발생했을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안 대장은 “선로의 폭이 155cm인 반면, 기차의 폭은 280cm가량”이라며 “기차 몸통이 선로 옆으로 튀어나와 있는 만큼, 사고의 위험성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근로자들이 선로 옆으로 걸었더라도 열차를 인지하지 못했다면 차체에 휩쓸렸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경찰은 기관사가 근로자들을 사고 당시 발견했는지 여부 등에 대해 수사를 진행 중이다. 병원에 입원 중인 중상자들에 대해선 몸이 회복되는 대로 진술을 받을 예정이다.

전날 오전 10시 52분쯤 경북 청도군 화양읍 남성현역 인근 경부선 철도에서 무궁화호가 안전 점검 중이던 근로자 7명을 뒤에서 치었다. 이 사고로 안전 점검 업체 소속 직원 A(36)씨 등 2명이 숨지고, 코레일 직원 B(29)씨 등 4명이 중상을 입었고, 업체 직원 C(66)씨가 경상을 입었다. 중경상자들 중에 생명이 위독한 이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법과 원칙에 따라 사안을 엄중히 수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