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우 경보가 내린 인천에 새벽부터 많은 비가 내리면서 지역 곳곳에서 침수 피해 신고가 잇따랐다. 13일 인천소방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 기준 총 434건의 비 피해 신고가 접수됐다.
13일 오전 경인천철 인천역 일대 앞 도로가 호우로 침수됐다. /연합뉴스

호우 경보가 내린 인천에 새벽부터 많은 비가 내리면서 전통시장이 물에 잠기고 지하철 운행이 차질을 빚는 등 지역 곳곳에서 침수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13일 인천소방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 기준 총 434건의 비 피해 신고가 접수됐다.

이날 오전 11시쯤 110여개 점포가 들어서 있는 인천 서구 석남동 강남시장 일대가 침수돼 상인들이 피해를 입었다.

시장 상인 등에 따르면, 강한 비가 30~40분 정도 이어지면서 갑작스럽게 성인 허리 높이까지 물이 들어찼다. 30년 정도 이 시장에서 장사를 했다는 한 상인은 “(지대가 살짝 높은) 시장 입구 쪽에서 물이 거세게 몰려오고, 하수구는 역류하면서 순식간에 물이 들어찼다”며 “비가 잦아들면서 한 시간 정도 만에 물이 빠지긴 했는데, 가게 밖에 진열해 놨던 마른 고추며 고춧가루며, 들깨 등이 모조리 쓸려 내려갔다”고 했다. 10년 정도 장사를 했다는 다른 상인은 “그 전에도 비가 많이 올 때면 가끔 잠긴 적은 있는데, 이렇게까지 심했던 적은 처음”이라고 했다.

비슷한 시각 인근의 서구 가정동 정서진 중앙시장도 갑작스러운 비로 침수됐다. 이번 침수로 시장 120개 점포 중 10여개 점포가 직접적인 피해를 봤다. 이곳 상인회 관계자는 “오전 10시쯤부터 비가 거세게 내리기 시작하더니 하수구가 역류하면서 시장 저지대 쪽으로 성인 무릎 높이까지 물이 들어찼다”며 “소방차 도움으로 약 30~40분 정도 만에 물이 빠지긴 했는데, 물에 잠겼던 지하 점포는 오후 3시까지 물을 퍼냈다”고 했다.

수도권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인천 서구(경서동) 지역엔 오전 10시부터 11시까지 61㎜, 11시부터 12시까지 63.5㎜의 ‘극한 호우’가 내렸다.

인천 계양구 작전동의 한 마트의 경우,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지하 매장으로 물이 폭포수처럼 밀려드는 모습이 영상에 포착돼 안타까움을 자아냈고, 오전 4시 35분쯤엔 인천시 남동구 고잔동 인천환경공단 승기사업소 남동 2펌프장이 물에 잠겨 배수 작업이 진행되기도 했다.

13일 오전 인천시 서구 정서진중앙시장이 폭우에 침수됐다. /연합뉴스

이번 폭우로 지하철 운행도 차질을 빚었다. 이날 오전 11시 56분쯤엔 인천 계양구 인천지하철 1호선 박촌역사가 침수돼 열차가 멈추지 않고 무정차 통과하다 2시간여 뒤인 오후 2시 13분쯤 정상 운행됐다. 인천교통공사 관계자는 “200여 명의 인력을 동원해 역사로 유입된 물을 빼고, 유입된 흙 등을 청소했다”며 “역사 입구 차수판을 넘어 빗물이 들어온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11시 20분쯤 인천 중구 경인전철 인천역 일대 도로가 물에 잠겨 주변 통행이 통제됐다. 집중호우 여파로 선로에도 물이 차면서 주안역∼부평역 구간의 열차 운행이 한때 중단되기도 했다.

폭우로 인한 사고도 있었다. 이날 오전 7시 20분에는 인천시 중구 운서동에서 40대 남성 B씨가 몰던 차량이 빗길에 미끄러지면서 도로 옆 호수로 추락했다. 경찰과 소방 당국은 빠진 차량을 인양했지만, B씨는 숨진 상태였다. 오전 10시 49분쯤엔 동구 송현동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담장과 구조물이 무너졌고, 오전 10시 40분쯤엔 중구 남북동의 한 도로 사면이 유실돼 소방 당국이 안전 조치를 진행했다.

도로 통제도 잇따랐다. 인천김포고속도로 청라국제지하차도, 중구 북성동 월미도 진입로, 영종 운남동 푸른나래 지하차도, 서구 청라 호수공원1·2 지하차도 등이 집중 호우로 침수돼 한때 통제됐다가 배수 조치가 마무리되면서 해제됐다.

인천공항에선 오후 5시 기준 53편의 항공기가 지연 운항됐고, 인천항연안여객터미널을 오가는 16개 항로는 이날 오전 모두 통제됐다.

인천과 옹진엔 이날 오전 4시부터 호우주의보가, 강화엔 오전 4시 40분부터 호우주의보가 각각 발효됐고, 옹진은 오전 7시부터, 인천과 강화는 오전 8시 30분부터 호우 경보로 격상됐다.

수도권기상청에 따르면 오전 0시부터 오후 8시까지 인천 지역 누적 강수량은 중구 영종도 255.5㎜, 옹진군 덕적도 241.9㎜, 서구 경서동 233.5㎜, 강화군 양도면 183.5㎜ 등으로 집계됐다.

특히 옹진군 덕적도엔 이날 오전 8시 14분부터 오전 9시 14분까지 1시간 동안 내린 비의 양은 149.2㎜의 극한 호우가 내리기도 했다.

산림청은 인천 계양구와 서구 등에 산사태 경보를, 남동구와 연수구, 부평구, 중구엔 산사태 주의보를 각각 발령한 상태다.

인천시와 10개 군구 공무원 1553명은 호우 피해에 대비한 비상근무를 실시하고 있다.

수도권기상청 관계자는 “14일 0~6시 사이 수도권 일대엔 시간당 30~70㎜의 비가, 14일 6시부터 12시까지는 시간당 30㎜의 비가 더 내릴 수 있는 만큼, 시설물 침수 등 안전사고에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13일 오전 10시 40분쯤 인천 중구 남북동의 도로 사면이 유실됐다. 이에 따른 인명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인천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