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하남의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전기차 화재가 발생했다. 스프링클러가 곧바로 물을 뿌리고 화재 감지기가 경보를 울려 불은 50여분 만에 꺼졌다. 작년 8월 차량 140여 대를 태운 뒤 8시간 20분 만에 진화된 ‘인천 청라 전기차 화재’와 비슷한 사건이었지만 피해 규모는 크게 달랐다.
25일 소방 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 55분쯤 하남시 신장동의 한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르노 전기차에서 불이 났다.
출근하려던 운전자가 충전 중이던 차량에서 연기가 나는 걸 목격하고 바로 119에 신고했다.
소방대원들은 6분 뒤인 오전 8시 1분쯤 현장에 도착했다. 소방 호스를 끌어와 화재 진압에 나섰고 오전 8시 10분쯤 큰불을 잡았다. 이어 차량을 주차장 밖으로 견인한 뒤 대형 수조에 담가 약 50분 만에 불을 완전히 껐다. 차량은 트렁크 부분이 시커멓게 불탔다. 소방 당국 관계자는 “출동했을 때 지하 주차장은 연기가 가득 차 앞이 잘 보이지 않았다”며 “불이 난 전기차 주변에 다른 차량이 주차돼 있었지만 스프링클러가 물을 뿌려 불이 번지지 않았다”고 했다.
이 아파트는 2021년 완공했다. 화재에 자동으로 대응하는 시스템을 갖췄다. 이날도 화재 감지기가 연기를 감지해 경보를 울리고 스프링클러가 물을 뿌렸다. 주차장 방화문도 자동으로 닫혔다. 덕분에 연기가 지상으로 확산하지 않았다. 인명 피해는 없었다. 아파트 주민 70여 명은 안전하게 대피했다. 엘리베이터가 자동으로 멈춰서면서 주민 2명이 갇혔다가 구조됐다.
소방 당국은 “스프링클러와 화재 감지기, 방화문 등이 인천 전기차 화재 같은 대형 참사로 번지는 걸 막았다”고 했다.
이창우 숭실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전기차는 한번 불이 나면 배터리가 연쇄적으로 폭발하는 ‘열폭주’ 현상이 발생해 불길을 잡기 매우 어렵다”며 “그만큼 초동 대응이 중요한데 이번엔 삼박자가 맞아떨어졌다”고 했다. 운전자가 화재 초기에 119에 신고했고 화재 감지기와 스프링클러, 방화문이 유기적으로 작동해 확산을 막았다는 것이다.
반면, 작년 8월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발생한 벤츠 전기차 화재는 불길이 삽시간에 확산해 주차된 차량 140여 대를 전부 불태웠다. 지하 주차장의 설비가 녹아내려 아파트 480여 가구가 단전·단수 피해를 당했다. 주민 120여 명이 대피했고 23명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다. 소방 당국은 8시간 20분이 지나서야 불을 잡았다.
당시엔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아 불길이 순식간에 다른 차로 옮아붙었다.
경찰 조사 결과, 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이 스프링클러와 화재 경보기를 끈 사실이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