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대선 때 유권자가 받은 투표 봉투 안에 이미 기표된 투표 용지가 나온 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선관위 투표 사무원의 실수로 벌어진 일”이라는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유권자의 자작극이 의심된다”며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는데 “선관위가 성급하게 유권자를 자작극 용의자로 몰았다”는 비판이 나온다.
18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경기도 용인시 성복동의 한 사전 투표소에서 20대 주민 A씨가 “배부받은 봉투 안에 이미 이재명 후보에게 기표한 투표 용지가 들어 있다”며 112에 신고했다. 당시 중앙선관위는 출입기자단 등에 문자메시지를 보내 “A씨가 투표소에서 혼란을 부추길 목적으로 자작극을 일으킨 것으로 의심된다”며 “수사를 의뢰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날 발표된 경찰 수사 결과는 선관위 주장과 달랐다. 경찰이 보안 카메라 영상 등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당시 투표 사무원이 A씨 바로 앞에 투표한 B씨에게 투표 용지 1장과 봉투 2장을 배부한 것으로 파악됐다. B씨는 이재명 후보에게 기표한 뒤 봉투 2장 중 1장을 사무원에게 반납했다. 경찰은 “당시 B씨가 반납한 봉투 안에 이 후보에게 기표한 투표용지가 들어 있었는데 사무원이 이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A씨에게 그대로 배부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경찰은 “당시 B씨와 A씨 사이에 다른 투표자가 없었고 두 사람도 서로 접점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명백한 사무원의 실수로 판단된다”고 했다. 경찰은 “검찰과 협의해 사건을 신속히 종결할 예정”이라고 했다.
중앙선관위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기표된 투표지가 회송용 봉투에 들어간 채 유권자에게 교부된 것은 투표 사무원의 단순 실수와 선거인의 착오가 결합해 발생한 우발적 사건으로 판단된다”며 “당시 부정선거 주장 단체 등으로부터 다수의 투표 방해 행위가 있었고 투표소에서 혼란이 많았기에 명확한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신속하게 수사 의뢰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A씨를 의심한 것에 대하여는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이를 두고 법조계에선 “선관위가 실수해 놓고 유권자에게 책임을 미뤘다”는 지적이 나왔다. 조현삼 변호사는 “A씨 입장에선 명예 훼손 피해를 주장할 여지가 있다”고 했다. 당시 A씨와 B씨의 투표는 모두 무효 처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