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발생한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화재 여파로 검은 연기와 유독 가스가 앞으로 수일 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날 오후 공장 인근 주민의 대피가 시작됐다. 공장에 인접한 아파트 4개 단지 600가구 주민 중 희망자에 한해 광주여대 체육관에 마련된 대피소로 이동하기 시작했다고 광주광역시 광산구 관계자는 밝혔다.
다만 광주시는 “이날 오후 9시 기준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화재 진화율이 70%에 달한다”며 “불이 쉽사리 꺼지지 않는 고무 원자재 특성상 적재물이 완전히 불에 타야 진화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이날 오전 7시 11분쯤 처음 목격된 불은 오후 8시까지 12시간 여 동안 축구장 5개 규모인 서쪽 공장(2공장)의 75% 이상을 태웠다. 공장 나머지 25%도 소실될 우려가 큰 상황이다. 소방당국은 남쪽 공장(1공장)으로 불길이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헬기 등을 동원해 진화 작업을 하고 있다.
앞서 오전 소방 당국은 화재 확산을 우려해 관할 소방서 인력 전체를 동원하는 대응 1단계를 발령했다. 하지만 불이 쉽게 잡히지 않자 오전 7시 59분쯤 ‘2단계’로 상향했다. 오전 10시엔 국가소방동원령까지 발령했다.
하지만 공장 건물이 샌드위치 패널로 만들어져 외부에서 물을 부어도 화재 진압이 어려웠다는 것이 소방당국의 설명이다. 연쇄적으로 건물이 붕괴할 가능성이 있어 소방 당국은 공장 내부에서 불을 끄던 소방대원을 대피시키기도 했다.
화재 현장에서 공장 직원 1명과 소방관 2명도 부상을 입었다. 20대 남성 직원 1명이 다리를 크게 다쳐 건물 안에 한때 고립됐다가 오전 9시쯤 구조됐다. 진화 작업을 하던 50대 남성 소방관은 얼굴에 화상을 입었고, 30대 남성 소방관도 머리에 상처를 입는 등 이날 화재로 모두 3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화재 당시 조업 중이던 직원 400여 명은 대피해 추가 인명 피해는 아직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항공기용, 레이싱용 타이어 등 특수 타이어를 전문 생산하는 공장 내부엔 타이어 원료로 사용하는 생고무 20t 가량이 저장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고무에 불이 붙으면서 진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소방 당국 관계자는 “완전 진화에 수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소방 당국은 현재 소방 헬기를 비롯한 진화 장비 65대, 진화 인력 167명을 동원해 불길을 잡고 있다. 중앙특수구조대의 지원을 받아 1분당 4만5000ℓ 방수 가능한 대용량 방사 시스템도 동원했다. 소방 당국은 화재 진화를 위한 소방용수 부족을 우려해 인근 주민들에게 수도 사용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불이 난 곳은 전체 10개의 생산 공정 가운데 타이어 원재료인 생고무와 화학 약품을 혼합하는 정련 공정으로 지목됐다. 고무를 예열하는 장치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불꽃이 튀면서 주변의 가연성 물질에 옮겨 붙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