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손민균

검찰이 “1.4TB(테라바이트) 분량의 민감한 소송 자료를 해킹했으니 비트코인 30개(사건 당시 약 33억원 상당)를 달라”며 한 로펌을 협박한 인플루언서 겸 유튜버 이모(34)씨를 구속 기소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는 작년 8월 한 유명 로펌에 “소송 자료 1.4TB를 해킹했으니 비트코인 30개를 달라”며 협박한 이모(34)씨를 지난해 12월 기소했다고 밝혔다. 이씨는 지난 2019년 “유튜브 등에서 인플루언서가 되면 큰돈을 번다”는 내용의 자기 계발서를 써낸 베스트셀러 작가 출신이다. 자녀 양육비를 내지 않아 ‘배드파더스(양육비를 안 내는 부모 신상 공개 사이트)’에도 과거 2년여 간 올라온 바 있다.

이씨는 본인 저서에서 “자신은 일주일에 4시간밖에 일하지 않지만, 매달 1억원 이상을 번다”며 “유튜브 등에 채널을 만들고, 수십만 회원을 유치하면 이렇게 된다”고 광고했다. 이 책은 출간 직후 온라인 서점 자기 계발 부문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또 자신 명의로 운영하는 카페에 약 4만 회원이 가입돼 있고, 자신의 성공 비법을 알려준다며 일부 회원에게 강의 명목으로 수천만원의 돈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랬던 이씨는 지난해 8월 한 로펌에 “해커 집단 ‘Trustman0′으로부터 1.4TB 분량의 민감한 소송 자료를 해킹했으니 비트코인을 달라”는 협박 이메일을 보냈다. 비트코인을 주지 않으면 로펌이 수임한 사건 정보를 다크웹(특수 경로로만 접근 가능한 웹사이트)에 게시하겠다고도 했다. 경찰이 로펌으로부터 고소장 접수 후 공갈 미수 혐의로 피의자로 이씨를 특정했을 땐 이미 해외로 도피한 상태였다. 해커 집단 Trustman0은 법무법인 로고스도 해킹해 관련 정보 2TB를 판매하겠다고 협박한 바 있다.

서초경찰서 전경./조선일보 DB

협박 이후 이씨는 로펌에 “해킹 내용을 확인해보라”며 외장 하드를 전달하기도 했다. 로펌 측은 바이러스 위험 등으로 자료를 확인하지 않았다고 한다. 경찰 포렌식 결과, 이 외장 하드에는 해당 로펌의 소송과는 상관없는 내용(로펌의 역대 대표 변호사 명단 등)이나 단순 관련 자료만 있었다고 한다. 로펌 측도 “해킹 피해는 따로 없다”며 “경찰 조사 결과 자사 소속 변호사가 다른 곳으로 이직하면서 폐기한 일부 서면 자료만 유출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했다.

이 사건을 맡은 서울 서초경찰서는 이씨에 대한 인터폴 적색수배를 내려 국내 송환 절차에 착수, 지난해 11월 27일 태국에서 검거해 한국으로 강제송환했다. 이후 경찰은 이씨를 수사한 뒤, 12월 초 검찰에 구속 송치했다. 법원은 이씨가 해외 도피를 한 점 등을 고려해 도주 우려가 있다며 구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검찰은 12월 중순쯤 이씨를 구속 기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