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한 교회에서 생활하다 숨진 여고생은 잠을 자지 못한 채 강요에 의해 성경을 쓰거나 계단을 오르는 등 학대와 함께 팔과 다리를 뒤로 묶이기도 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 “도망을 가고 싶다. 차라리 정신병원으로 보내달라”는 호소는 외면당했다.
25일 본지가 확보한 검찰의 공소장에 따르면 숨진 여고생 A(17)양은 지난 2월 14일 인천 남동구의 한 교회로 보내졌다. A양은 ‘양극성 정동장애’ 진단을 받고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했지만 A양의 어머니는 “병원보다는 교회로 보내는 게 낫다. 내가 데리고 있겠다”는 이 교회 설립자의 딸, 교회 합창단장 B(여‧52)씨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A양이 교회로 온 뒤, B씨는 신도 C(여‧54) 등에게 “교회 밖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감시하고, 난동을 부리거나 말씀(교리)을 따르지 않을 때엔 마음을 꺾어야 한다”고 지시하고 상황을 보고받았다.
A양은 “도망을 가고 싶다. 차라리 정신병원으로 보내달라”고 했으나, C씨 등은 이상 행동을 못하게 한다는 명목으로 강제로 복도 청소 등을 시키고 팔‧다리를 묶었다. 또 5일 이상 잠을 자지 못해 자고 싶다는 A양에게 성경 쓰기 등을 강제로 시키는가 하면, 지하 1층부터 지상 7층까지 계단을 1시간 동안 오르내리도록 지시했다. A양의 팔과 다리를 등 뒤로 결박하고, 눈을 안대로 가리고 입을 막기도 했다.
C씨로부터 상황을 보고 받은 B씨는 “여유를 가지면 안 되고 물러서면 안 된다”는 메시지를 보내 가혹 행위를 지속하도록 했다. 검찰은 B씨 등이 35차례에 걸쳐 A양을 학대했다고 판단했다.
A양의 건강 상태는 악화돼 5월 4일쯤부터는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게 됐고, 이틀 뒤인 6일쯤부터는 물을 비롯한 음식물을 전혀 섭취할 수 없는 상태가 됐다. 장기간의 강한 결박 등 학대로 손목의 상처도 깊어졌다.
그러나 B씨 등은 A양의 병원 치료 대신 환자용 억제 밴드를 구입했다. 또 ‘몸의 급소’, ‘병원 발작할 때 묶는 끈’, ‘정신병원 매질’ 등을 인터넷에서 검색하는 등 더 강하게 학대할 방법을 찾았다고 검찰은 밝혔다.
결국 A양은 5월 15일 오후 8시쯤 의식을 잃었고, 119 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4시간 뒤 숨졌다.
검찰은 B씨와 C씨 등 3명을 아동학대 살해 등 혐의로 구속기소 했다. A양의 어머니는 아동유기‧방임 혐의로 불구속기소 했다.
지난 5일 인천지법에서 열린 첫 공판에서 피고인측 변호인은 공소사실에 대한 인정 여부를 추후 재판에서 밝히겠다면서 살해 부분에 대한 미필적 고의 등 일부 내용은 부인하는 입장을 밝혔다. 2차 공판은 다음달 12일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