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과외 앱을 통해 처음 만난 또래 여성을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유기한 혐의로 구속된 정유정(23)이 2일 오전 부산 동래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뉴스1

과외 아르바이트 앱으로 만난 또래 여성 과외교사를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유기한 정유정(23)의 사이코패스 지수가 연쇄살인범 강호순보다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7일 본지 취재와 경찰 등에 따르면 부산경찰청이 최근 정유정을 상대로 한 사이코패스 진단 검사(PCL-R, Psychopathy Checklist-Revised) 결과, 사이코패스 지수가 강호순과 아동성범죄자 조두순의 수치 사이 28점 수준인 것으로 파악됐다.

사이코패스 진단 검사는 ‘거짓말을 입에 달고 산다’, ‘감동적인 것을 봐도 감동인지 모른다’는 등을 내용으로 하는 총 20개 문항으로 40점 만점이다. 한국과 영국은 25점 이상, 미국은 30점 이상일 때 사이코패스로 간주한다. 일반인은 15점 안팎의 점수가 나온다.

이 진단 검사 결과, 지난 2006년~2008년 아내와 장모 등 여성 10명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돼 2009년 사형 확정판결을 받은 강호순은 27점, 아동 성범죄자 조두순은 29점이었다. 이밖에 20명을 연쇄 살인한 유영철 38점, , ‘어금니 아빠’ 이영학 25점 등이 나왔다. .

경찰은 현재 이같은 진단 검사 결과와 정유정의 과거 행적 및 성장과정, 가족 및 지인들의 증언, 프로파일러 면접 내용, 수사팀의 조사와 현장 검증 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 검토한 보고서를 작성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종합보고서 작성은 거의 마무리 단계”라며 “8~9일 중 이 보고서를 검찰에 추가 송치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찰은 범죄 수사 방송 프로그램이나 ‘시신없는 살인’ 등 인터넷 검색 내용, 관련 소설 등에 몰입하다 ‘살인해보고 싶었다’는 충동이 일었다고 자백한 정유정의 경우 시신 유기 후 택시 기사 신고로 긴급체포되지 않았다면 연쇄살인을 벌였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CCTV에 포착된 정유정./부산경찰청

정유정은 지난달 26일 오후 5시 40분쯤 부산 금정구 피해자 집에서 흉기로 피해자를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정유정은 피해자 살해 후 시신을 담은 캐리어를 들고 택시를 타고 이동해 낙동강 인근 숲속에 유기했으나 택시 기사의 신고로 긴급체포됐다.

경찰은 “당시 택시기사는 젊은 여성이 야밤에 캐리어를 들고 숲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이상하게 여겨 신고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지난 2일 부산지검에 정유정을 송치했다.

부산지검은 검사 3명으로 이뤄진 전담수사팀을 구성, 범행 동기 등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 부산지검은 경찰에서 추가로 보내온 사이코패스 진단 검사 종합보고서를 검토하는 것 외에 대검찰청 심리분석관을 정유정 조사 과정에 투입하는 방안을 대검과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