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1월 서울 도심에서는 북한 김정은(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을 기대하는 대진연 등 친북(親北) 단체 중심의 ‘김정은 환영기구’들이 잇달아 출범했다. 그런데 그로부터 불과 20여일전, 북한으로부터 ‘다양한 환영준비기구들을 출범시키기 위한 조직사업을 내실있게 진행하라’는 지령문이 민노총 간부에게 하달됐던 사실이 드러났다. 11월에 출범한 환영기구들 명칭도 북한이 주문한 단체 명칭과 똑같거나 거의 같았다. 또 이들 단체는 북 지령문에 적혀있는 것과 똑같이, 김정은을 ‘위인’으로 지칭했다.
24일 국민의힘 조수진 의원을 통해 입수한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민노총 간부 A씨는 2018년 10월16일 북한 문화교류국으로부터 지령문을 받았다. 북한은 이 지령문에서 “절세위인을 흠모하는 사회적 열기가 민심의 주류로 확고히 자리잡게 하기 위한 대중적인 변혁 운동역량 편성사업에 주되는 힘을 넣었으면 합니다” “다양한 환영준비기구들을 내오기 위한 조직사업을 내실있게 진행하여 전 지역이 위인칭송, 흠모열기로 세차게 끓어번지게 하는데 적극 기여하였으면 합니다”라고 지시했다.
또 지령문에는 “총회장님의 서울방문을 환영하는 <1천만서울시민 환영위원회>가 결성되면 가능한껏 영업1부(A노총)에서 서울의 25개 지역구들에 산하기구들을 내오는데 이바지하는 것과 함께 노동자통선대와 통일위원회들에 <백두칭송회>, <위인맞이환영단> 등을 내오고 사회전반에 김정은흠모열기를 더욱 고조시키는데서 선도적 역할을 맡아 수행하게 하며”라는 내용이 적혔다.
그로부터 한달이 채 지나지 않은 11월7일, 서울 종로에서 김정은 서울 방문을 환영하기 위한 목적의 단체가 결성됐다. 이름은 ‘백두칭송위원회’. 그리고 같은 달 26일에는 진짜로 서울에서 ‘위인맞이환영단’이 토씨하나 바뀌지 않은 이름으로 출범했다. 28일에는 서울시민환영위원회도 실제 결성됐는데, 북한 지령문에 등장한 단체 이름에서 ‘1천만’만 빠졌다.
백두칭송위원회는 같은달 18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주한 미국대사관 인근에서 연설대회를 열었다. 행사 제목은 ‘김정은’, 단 세 글자였다.
이 대회에서 연사들은 “(김정은의) 이번 서울 답방은 젊은 나이의 지도자라고는 믿기지 않을 추진력과 대담함으로부터 나왔다” “(김정은은)굉장한 전략가일지 화려한 언변가일지 혹시 천리안(千里眼)을 가진 게 아닐지”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방문은 우리 민족의 하나 된 힘이 분단 체제를 유지하려는 미국의 힘을 압도했음을 증명하는 일”이라고 했다.
참석자들은 연설이 끝나자 “김정은”과 “문재인”을 연호했다.
주최 측은 연설 대회에 이어 예술 공연도 열었다. 공연에선 ‘백두칭송’이란 시(詩)가 낭독됐다. 앞서 북한의 대남 선전 매체인 ‘우리민족끼리’에 소개됐던 시였다.
위인맞이환영단은 26일 광화문광장 세종대왕상 앞에서 출범 행사를 열었다. 그 ‘단장’이란 남성은 “정상회담을 통해 보인 (김정은의) 모습은 겸손하고 배려심 많고 결단력 있고 배짱 좋고 실력 있는 지도자였다. 나이를 떠나 진정한 위대한 인물”이라고 했다.
‘서울시민환영위원회’는 29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본관 옆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서울정상회담이 진행되는 날 거리마다 환영 인파로 가득 차게 만들자”며 연합체 결성 소식을 알렸다. 진보당의 전신인 민중민주당 서울시당 등 100여개 단체가 뭉쳤다고 이들은 스스로를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