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 역삼동의 한 아파트 단지 앞에서 40대 여성이 남성 3명에게 납치됐다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납치범 3명은 가상화폐(코인) 관련 사기 사건에 연루돼 경찰 수사를 받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들의 사기 사건과 피해 여성 간 관계 등에 대해 수사 중이다.
서울 수서경찰서 등에 따르면, 지난 29일 오후 11시 46분쯤 강남구 역삼동 한 아파트 앞에서 40대 여성 A씨가 남성 3명에게 납치되는 일이 벌어졌다. 인근 방범카메라에 촬영된 영상에 따르면 당일 아파트 단지에서 나오는 피해자에게 2명의 남성이 다가가더니 갑자기 달려들어 A씨를 강제로 회색 승용차에 태우려 했다.
피해자는 바닥에 눕듯이 몸부림을 치며 저항했지만 결국 이들에 끌려서 차에 올랐고, 차량은 여성을 태우자마자 곧바로 어딘가로 출발했다. 단 1분만에 일어난 일이었다. 납치범들은 차 안에서 대기 중인 운전자까지 총 3명이었다. 이 과정을 우연히 본 한 시민이 “수상한 사람들이 여성을 차에 강제로 태워 납치하는 것 같다”며 112에 신고를 했고 경찰은 곧바로 수사에 착수했다. 당시 CCTV 등에 따르면 이들은 수시간 전부터 피해자가 아파트에서 나오는 것을 근처에서 기다렸다. 경찰은 이를 토대로 납치범들이 무차별 납치가 아니라, 이 여성을 특정한 범죄로 보고 있다.
납치범들은 이 여성을 데리고 곧장 대전 방향으로 차를 몰았다. 이 과정에서 A씨를 납치했을 때 쓴 현대차 벨로스터를 대전 인근에 버리고 렌터카로 갈아탔다. 그 뒤 충북 청주를 거쳐 경기 성남시로 이동했다. 경찰은 이들이 수사기관의 추적을 의식해 치밀한 준비를 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고속도로 CCTV 등을 토대로 이들의 행적을 추적하다 31일 오전 10시45분쯤 경기 성남 수인분당선 모란역 내 물품보관함 근처에서 피의자 한 명을 붙잡았다. 그리고 오후 1시15분쯤에는 납치범 일당 한명을 성남시에서 추가로 붙잡았다. 마지막 피의자도 이날 오후 5시40분쯤 서울 강남구에서 검거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이들에게서 납치 이후 이들이 A씨를 살해했고, 대전 대청댐 인근에 시신을 유기했다는 진술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대전에 버린 차량에서는 혈흔이 묻은 흉기 등도 발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