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후 서울시청 앞 광장에 기습 설치된 분향소에서 시민들이 조문을 하고 있다. 분향소 내부에 조명 시설이 따로 설치되지 못해, 급히 공수한 LED 조명 1개와 추모객들의 휴대전화 화면 등으로 분향소를 밝히고 있다./양승수 기자

‘핼러윈 참사’ 유가족과 시민단체들이 서울시청 앞 광장에 희생자 추모 합동분향소를 기습 설치한 가운데, 서울시에서 분향소 철거를 요구하는 계고장(戒告狀) 집행에 나섰으나 유가족과 추모객 반발로 무산됐다.

4일 오후 7시 40분쯤 서울시 직원 한 명이 핼러윈 참사 유가족 측에 계고장을 전달하기 위해 시청 앞 분향소를 찾았다. 계고장은 행정기관이 특정 단체나 개인에게 행정 상 의무를 지킬 것을 촉구하기 위해 보내는 문서다. 이날 유가족과 시민단체들이 ‘참사 100일 시민 추모대회’를 진행하던 중 무단으로 시청 앞 광장에 분향소를 설치하자, 서울시에서 분향소 철거를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시는 계고장에 “6일 오후 1시까지 분향소를 반드시 철거하고, 이를 어길 시 행정대집행에 나설 것”임을 명시했다.

4일 오후 설치된 서울시청 앞 광장 내 핼러윈 참사 분향소에 대해 서울시에서 발부한 계고장./이민준 기자

앞서 유가족 측은 광화문광장에 희생자 추모 공간을 설치해줄 것을 서울시에 요구했으나, 시는 광화문 대신 녹사평역 안에 추모 공간을 설치해주겠다며 반려한 바 있다. 유가족 측은 이날 분향소를 기습적으로 설치하며 “광화문에서 분향소를 차리지 못하게 하니, 책임을 져야 할 오세훈이 있는 시청 앞에 분향소를 차린다”고 했다. 이에 서울시는 입장문을 내고 “기습적인 분향소 설치에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이날 시 직원이 계고장을 붙이겠다고 하자, 유가족과 추모객들이 강하게 반발하며 이 직원을 에워싸는 등 소동이 벌어졌다. 일부 추모객들은 “엄숙한 곳에서 무슨 짓이냐” “사람도 아니다”라며 고성을 지르기도 했다. 유가족 대표는 “오세훈 시장이 직접 계고장을 들고 오지 않은 한 받아들일 수 없다”며 거부 의사를 밝혔다.

4일 오후 서울시청 앞 광장 내 핼러윈 참사 합동분향소를 찾은 추모객 일부가 계고장을 집행하러 온 시 직원을 쫓아 시청 앞까지 나섰다./양승수 기자

10여분 간 소란이 벌어진 끝에, 이날 7시 50분쯤 시 직원은 계고장을 집행하지 못한 채 시청 건물로 물러났다. 일부 추모객은 이 직원이 시청으로 들어가기까지 따라붙으며 욕설을 내뱉기도 했다. 유가족과 시민단체는 서울시와 경찰이 분향소를 철거하지 못하도록 24시간 내내 분향소를 지킬 계획이다.

서울시는 법적으로 계고장이 전달된 것으로 보고, 추후 자진 철거를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유가족 측에 철거를 유도하고, 응하지 않는다면 법적 조치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