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사범 체포 과정에서 폭력을 썼다는 이유로 기소된 대구 경찰관 5명 전원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앞서 검찰이 “경찰이 미란다 원칙을 고지하지 않고 과도한 폭력을 쓰는 등 적법 절차를 어겼다”고 경찰을 기소했으나 재판부는 이를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경찰이 체포 전 과정에서 적법한 행동을 했다고 본 것이다.
31일 대구지법 형사 11부(재판장 이상오)는 독직폭행 등 혐의로 기소된 대구 강북경찰서 소속 A(51)경위 등 5명에게 각각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당시 경찰의 체포 행위는 불법 체류 중인 마약 범죄자를 검거하는데 있어 사회통념상 충분히 허용되는 수준이었다”고 판단했다.
A 경위 등은 지난 5월 25일 경남 김해의 한 모텔에서 마약류 판매 및 불법체류 혐의가 있는 태국인 B씨를 체포하는 과정에서 발과 경찰봉 등으로 B씨를 수차례 때린 혐의로 기소됐다. 이들은 또 B씨를 비롯한 마약사범 3명에게 변호인을 선임할 수 있고 불리한 진술을 거부할 수 있다는 취지의 ‘미란다 원칙’을 사전에 고지하지 않고 B씨 등을 체포한 혐의 등을 받았다.
경찰이 B씨 등에게 미란다 원칙을 고지한 것은 체포 직후로, B씨 등과 맞닥뜨린지 10분 정도가 지난 시점이었다. 이 당시 체포된 B씨 등 3명은 경찰의 수사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다는 검찰 지적에 따라 모두 석방됐다.
앞서 경찰은 마약류 판매 등 혐의로 B씨에 대해 검찰에 체포 영장 등을 신청했지만 검찰이 증거 부족으로 이를 기각했다. 이후 경찰이 제보를 통해 B씨가 숨어있는 위치를 파악한 뒤 B씨를 현행범으로 체포 후 검찰에 송치했으나, 검찰이 해당 사건을 검토하던 중 경찰의 독직폭행 혐의를 발견하고 기소한 것이다. 검찰은 또 경찰의 폭행으로 B씨가 상처를 입었다며 상해 혐의도 적용했다.
반면 이날 재판부는 검찰이 적용한 혐의를 모두 반박하며 A씨 등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마약 사범은 감정을 통제하지 못해 돌발 행동을 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위험성 높은 다수의 불법 체류 중인 마약 사범을 물리력으로 제압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라고 했다. 미란다 원칙 고지가 늦은 점에 대해서도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B씨 포함 3명이 저항하는 급박한 상황에서 일일이 미란다 원칙을 고지하고 체포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면서 “체포 직후 미란다 원칙 고지까지 10분 내외 밖에 걸리지 않았다면 이는 적법하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B씨가 입은 상처 또한 자연적으로 아문 데다 체포 과정에서 생긴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마약 사범으로 강력하게 의심되는 불법 체류자의 소재를 알고도 방치하는 것이야말로 경찰관으로서의 직무유기 행위”라며 “피고인들은 아무 잘못이 없다”고 밝혔다.
재판 이후 경찰 관계자는 “이 판결을 국민에게 혜택으로 보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대구지검은 이날 발표한 입장문에서 “마약 사범 등에 대해서도 인권 보장은 이뤄져야하며, 항소를 통해 이를 바로 잡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