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 거래 사이트에서 방탄소년단(BTS) 멤버 정국이 썼던 모자라며 1000만원에 팔겠다는 글을 올린 전 외교부 직원이 형사 처벌을 받을 처지에 놓였다. 다른 사람이 잃어버린 물건을 신고 없이 가져간 혐의다. 이 사건이 불거졌을 때 이 모자가 정말 정국의 것인지 논란이 있었는데, 경찰 조사 결과 정국의 것이 맞는다는 게 확인됐다.

지난달 17일 한 온라인 중고 거래 사이트에는 “BTS 정국이 직접 썼던 모자를 1000만원에 판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당시 이 글을 쓴 A씨는 자신을 외교부 직원이라고 소개하며 외교부 청사 출입증 사진도 함께 올렸다. 그는 “2021년 9월쯤 BTS가 외교관 여권을 만들기 위해 여권과에 극비 방문했을 때 대기 공간에 두고 간 걸 습득했다”며 “(이 물건은) BTS 정국이 직접 썼던 벙거지 모자로 꽤 사용감이 있다. 돈 주고도 구할 수 없는 물건”이라고 했다. A씨는 또 “분실물 신고 후 6개월 동안 찾는 전화나 방문이 없어 습득자가 소유권을 획득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온라인에서는 ‘실제 정국의 모자가 맞긴 한 거냐’ ‘잃어버린 모자를 주워서 판매하면 도둑질 아니냐’ 등의 논란이 잇따랐다. 이후 국민신문고로 신고가 들어가는 등 논란이 커지자 서울 서초경찰서는 입건 전 조사에 착수했다고 한다. A씨는 판매 글을 올리고 이틀 뒤인 지난달 19일 경기 용인시의 한 파출소를 찾아 자수했다. 최근까지 이 사건을 수사한 서초경찰서는 A씨에 대해 점유이탈물횡령 혐의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남이 흘린 물건을 신고하지 않고 가져갔을 때 적용되는 혐의로,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경찰은 BTS 소속사 하이브엔터테인먼트를 통해 이 모자가 정국의 것이 맞고, 정국이 분실물 신고를 하지도 않았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리고 A씨는 원래 외교부에서 공공기관 무기계약직으로 일하던 직원으로 정국의 모자를 습득한 당시 외교부에서 일을 하고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판매 글은 일을 그만두고서 올렸다고 한다. 경찰은 “A씨가 혐의를 모두 인정한 상태”라며 “외교부에서 일할 때 일어난 일인 만큼 추가 법리 검토를 통해 업무상횡령 등으로 혐의를 변경할지 결정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