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미디어(SNS)에서 자신을 조직폭력배와 알고 지내는 중학교 ‘일진’ 여학생으로 가장해 또래 학생들을 “자해 영상을 찍으라”고 협박한 혐의 등으로 20대 남성이 검찰에 구속 송치됐다. 경찰에 따르면 충남 아산·천안, 대전 일대에서 피해를 당한 것으로 확인된 학생 수만 최소 40명에 달한다.

충남 아산경찰서는 지난 13일 강요 및 강요미수 혐의를 받는 남성 A(23)씨를 검찰에 구속 송치했다고 16일 밝혔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그는 SNS에 2008년생(중학교 2학년생) 여학생인 것처럼 자기 계정을 만든 뒤, 그 또래 학생들에게 “친하게 지내자” 메시지 등을 보내며 접근하기 시작했다. 이후 단체 채팅방에 피해자들을 초대하고, 이들이 자기가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 “내가 아는 조폭을 동원해 해코지하겠다”거나 “너희 학교 선배와 친한데, 학교 생활을 어렵게 만들어주겠다”는 등 겁을 줬다.

실제 피해 학생들은 자기가 조폭이라고 주장하는 한 남성으로부터 협박성 메시지를 받았는데, 실제 이 조폭은 A씨가 온라인에서 만들어낸 인물이었다. A씨가 사전에 단체 채팅방에서 조폭과 친하다는 말을 해둔 터라, 피해 학생들이 실제 조폭이 메시지를 보냈다고 믿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A씨가 SNS 등을 이용해 학생들에게 겁을 줘서 ‘가스라이팅’을 했다고 보고 있다. 가스라이팅은 상대방의 심리나 상황을 교묘하게 조작해 판단력을 잃게 함으로써 그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는 행위다. 학생들이 자기를 겁내게 만든 후 A씨는 이들에게 자해 영상을 찍게 시켰다. 회초리 등으로 자기 종아리 50여 대를 때리는 영상을 찍어서 올리도록 하고, 영상이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살살 때렸다”며 다시 때리도록 명령했다고 한다. 일부 피해자는 종아리와 허벅지 등에 피멍이 들고 살이 찢겨나가기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말 피해 학생들로부터 신고를 접수받은 경찰은 수사를 벌여 영장을 발부받아 A씨를 구속했고, 최근 검찰에 송치했다. 수사 결과 경찰은 A씨가 돈을 뜯어내는 등 경제적인 이익을 보려 한 게 아니라, 자기 마음대로 학생들을 조종하는 것에 만족감을 느껴 이런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확인된 피해자 외에 실제 피해자들은 더 많은 상황인데, 동종 수법의 범행을 방지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