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 밑으로 들어가 브레이크 오일관을 훼손한 40대 남성이 법원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내연 관계로 지내던 여성의 남편 소유 차를 대상으로 범행해 30만원가량의 재산 피해를 낸 것인데, 법원은 “자칫 자동차 사고로 피해자가 큰 위험에 처할 수 있었다”며 법정구속했다.

지난 4월 17일 오전 2시 4분쯤 경북 포항 남구의 한 주차장에서 한 남성이 차량 밑으로 들어가 브레이크 선을 절단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구지법 포항지원 형사3단독 김배현 판사는 지난 21일 특수재물손괴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1년 6개월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A씨는 지난 4월 17일 오전 2시 4분쯤 경북 포항시 남구의 한 주차장에서 내연녀 남편 B씨의 차량 밑으로 들어가 커터칼로 브레이크 오일관을 절단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런 행동은 폐쇄회로(CC)TV 영상에 고스란히 담겼고, 실시간으로 CCTV를 지켜보던 주차장 관리자가 피해 차량 소유주에게 이를 알렸다. 날이 밝은 뒤 차량을 살펴보니 절단된 관에서 새어 나온 오일이 주차장 바닥에 고여 있었다고 한다. 수리비는 30만원쯤 나왔다고 한다.

수사를 벌인 경찰이 지목한 피의자는 피해자 아내와 3년 가까이 내연 관계를 이어왔던 A씨였다. 그는 “술을 먹고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피해자는 그러나 A씨가 자신을 살해할 의도로 범행했다며 ‘특수재물손괴’ 혐의가 아니라 ‘살인미수’ 혐의로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A씨에게 살인의 고의성이 있었는지 파악하기 위해 수사에 나섰다. 휴대전화 포렌식을 통해 통화 내역, 문자 발송, 보험 가입 여부, 동선, 평소 행실 등을 살폈다. 그러나 살인 미수 혐의를 적용할 단서까지는 찾지 못했다.

살인 고의성을 뒷받침할 만한 단서가 없는 데다 차량 사고나 실제 피해로 이어지지 않아 혐의 적용이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A씨 아내와 범행을 공모한 정황도 없었다. 경찰은 약 4개월 조사를 벌인 끝에 지난달 초 A씨를 특수재물손괴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김 판사는 “범행이 주도면밀하게 진행됐고 자칫 자동차 사고로 피해자가 큰 위험에 처할 수 있었으며 피해자와 합의가 없었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김 판사는 “피해자가 피고인의 엄벌을 탄원하고 있고 범행의 동기와 인적 관계(내연 관계), 범행 이후 정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