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여성 A씨가 혼자서 50대 남성 B씨를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하고, 암매장한 시신을 다시 꺼내 엄지에 인주를 묻혀 허위 주식계약서에 지장을 찍는 등 엽기행각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경찰과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조력자’가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했으나, 혐의를 찾지 못해 A씨만 재판에 넘겼다. 사건이 뒤늦게 알려진 뒤 온라인을 중심으로 “단독 범행이 맞느냐”는 논란이 일었다.
사건의 경위는 이렇다. A씨와 B씨는 인터넷 주식 카페를 통해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의사인 B씨에게 자신을 ‘주식 전문가’이자 고위 공무원 집안 출신이라고 소개했다. B씨는 이 말을 믿고 수억원의 투자금을 A씨에게 맡겼다. 이후 B씨가 투자금 가운데 1억원을 돌려달라고 요구하자, 갈등이 시작됐다. 주식에 투자했다 실패한 경험이 있는 A씨는 남편 몰래 사무실을 얻어 주식 투자를 하고 있었다. B씨가 “돈을 돌려주지 않으면 (A씨의) 배우자에게 알릴 수밖에 없다”고 하자, A씨는 범행을 결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범행을 치밀하게 준비했다. B씨를 살해하기 며칠 전에는 경남 양산에 있는 밭에 굴착기로 깊이 1.3m, 너비 2.5m의 구덩이를 팠다. 밭 주인에게는 “나무를 심겠다”는 핑계를 댔다. 사건이 벌어진 4월 6일에는 가짜 번호판을 붙인 지인의 차량을 끌고 B씨를 만나러 갔다. A씨는 이 차량 안에서 B씨를 살해했다. A씨는 그대로 차를 몰고 구덩이를 파놓은 양산의 밭으로 향했고, 미리 파놓은 구덩이 바로 옆까지 차를 댄 다음 시신을 밀어 넣었다고 한다. 범행 직후 B씨의 아내로부터 ‘남편이 사라졌다’는 연락을 받았다. A씨는 의심을 피하기 위해 허위 주식계약서를 만들려 했고, 이튿날 밭을 다시 찾아가 B씨의 시신을 파내 지장을 찍었다. A씨의 행각을 놓고 공범이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손수호 변호사는 14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공범이 있을 것이라는) 의심이 드는 것은 맞지만, 현재로서는 그렇게 보기 어렵다”고 했다. 그는 “범행 후 공범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들을 일반적으로 보면 사체 운반에 힘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 사건은 자동차 안에서 살해가 벌어졌고, 그 자동차를 그대로 몰고 운전을 해서 이동했고 미리 파놓은 구덩이 바로 옆에 차를 대놓고 시체를 밀어넣은 것”이라고 했다. 시신을 파낸 과정에 대해서도 “깊게 묻은 게 아니었다. 얕게 묻혀있었기 때문에 흙을 걷어낸 것”이라고 했다. 손 변호사는 “A씨가 자신의 범행을 확실하게 감추기 위해 증거를 만들어내기 위해서 현장을 찾은 것”이라며 “불안감에 의해 현장을 찾는 ‘방어적 노출’이 아니라 뚜렷한 목적에 의해 현장을 찾은거다”라고 했다.
A씨는 첫 재판에서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손 변호사는 “단독 범행으로 보이기 때문에 남은 것은 형량”이라며 “금전으로 될 일이 아니지만, 유족에게 어떤 방식과 내용으로 용서를 구할지, 용서를 받아낼 수는 있을지, 진지하게 반성하고 있을지 등이 중요한 양형 요소가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자신을 주식 전문 변호사로 사칭했는데, 여죄가 있는지도 확인을 해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A씨에 대한 다음 재판은 오는 7월 8일 오전 10시30분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