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앞으로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우리은행 직원이 6년간 600억 원대의 회삿돈을 횡령한 사건이 발생했다. /뉴스1

우리은행에서 회삿돈 614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체포된 40대 직원에 대해 경찰이 29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이 직원의 친동생도 공범으로 보고 28일 긴급체포했다. 경찰은 이 직원과 동생이 횡령한 돈을 각각 500억원과 100억원씩 나눠 쓴 정황을 잡고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남대문경찰서 등에 따르면 우리은행 현직 차장급 직원인 A씨는 구조 개선이 필요한 기업을 관리하는 기업개선부에서 일하며, 지난 2012~2018년 세 차례에 걸쳐 각각 173억원, 148억원, 그리고 293억원 등 총 614억원을 빼낸 혐의를 받고 있다. 첫 번째와 두 번째는 수표로 돈을 인출했고, 마지막에는 동생이 대표로 있는 법인 계좌로 돈을 송금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우리은행이 자신의 횡령 정황을 발견한 지난 27일 오후 경찰에 자수했다. A씨를 조사한 경찰은 그의 동생도 횡령에 관여한 혐의로 28일 오후 9시 30분쯤 긴급 체포했다. A씨는 횡령한 돈 가운데 500억원가량을 자신이 쓰고, 100억원가량은 동생이 썼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동생이 썼다는 돈 가운데 약 80억원은 뉴질랜드 골프장 리조트 개발사업 채권 인수자금과 부지 매입에 썼다가 손실이 났다는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A씨 동생을 조사하며 이 진술이 사실인지 여부를 확인하는 한편, 그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도 검토 중이다.

A씨의 경우 가족들이 현재 호주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돼 횡령한 자금이 호주로 건너갔을 수 있다는 가능성에 대해서도 경찰이 조사 중이다. 하지만 자금 추적이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A씨가 마지막으로 돈을 빼돌린 시점이 2018년인데, 이미 4년이 지난 데다 A씨가 돈을 빼낼 때 사용한 개인 계좌를 해지한 탓에 계좌 추적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다. 우리은행 안팎에서도 “A씨가 자수한 것은 이미 돈을 다 빼돌리는 등 준비를 마쳤다는 뜻”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경찰과 우리은행에 따르면 A씨가 횡령한 돈은 2010~2011년 무렵 우리은행이 주관한 대우일렉트로닉스 매각 관련 계약금으로, 당시 계약이 파기되며 별도 계좌에서 관리되고 있었다. A씨는 대리급이던 2012년, 이 계좌를 관리하는 업무를 맡은 뒤 6년간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경찰에서 자기가 횡령한 돈은 파생상품 중 하나인 선물옵션에 투자했다 큰 손실을 봤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