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에서 시속 100km가 넘는 빠른 속도로 무리지어 달리는 자동차나 오토바이 폭주(暴走)족은 언제나 다른 운전자나 보행자에게 위협의 대상이다. 이런 폭주족과는 정반대로 지난 삼일절 대구에서 자동차·오토바이 150여 대가 한데 모여 시속 20km의 느린 속도로 집단 주행하다 경찰에 적발되는 일이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속도를 보면 ‘폭주’는 아니지만, 무리지어 다른 사람을 방해하는 명백한 ‘난폭’ 운전”이라고 했다.
대구경찰청은 지난 3월 1일 새벽 1~5시쯤 대구 달서구 죽전네거리에서 동구 파티마삼거리에 이르는 약 25km를 승용차 100여 대와 오토바이 50여 대로 집단 불법 주행을 한 혐의로 10~20대 운전자 43명을 입건했다. 나머지 운전자들도 현재 추적 중이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당시 도로에 다른 차량이 많지 않은데도 일부러 시속 20km 안팎의 속도로 달리면서 각종 신호를 위반했다. 대열 맨 앞에 오토바이 수십 대가 지그재그로 차선을 넘나들며 달리고, 그 뒤를 자동차들이 따르는 형태였다고 한다. 현행법상 도로에서 2대 이상의 자동차 등이 정당한 사유 없이 앞뒤나 좌우로 줄지어 통행하면서 교통상의 위험을 발생하게 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형이나 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경찰은 입건된 35명에게는 면허정지를, 6명에게는 면허취소 처분을 내렸다. 입건된 사람들 중 일부는 경찰 조사에서 “천천히 달리다 보면 도로를 정복하는 느낌이 들어서 그랬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모인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2ㅅ ㄷㄹㄱㅇㄴㄱㄹ’(2시 두류공원네거리라는 뜻)같이 초성만 쓴 문자로 게시글을 올려 모이는 장소를 정하는 수법을 썼다. 경찰 관계자는 “입건된 사람들이 원래 서로 알았던 것은 아니고 호기심에 승용차를 이끌고 온 이들이 대부분”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