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추진 중인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의 모습.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오는 5월 취임 후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를 새 집무실로 삼기로 한 것과 관련해, 경찰이 용산 집무실 주변 100m 구역을 ‘집회 금지 구역’으로 보고 집회를 통제하는 방법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24일 알려졌다. 과격·대규모 시위 등으로부터 집무실의 안전을 보호하자는 취지다.

현행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은 주요 국가기관과 공관의 주변 100m를 집회 금지 구역으로 설정하고 있다. 국가기관의 직무가 집회 등으로 인해 방해받는 것을 예방하려는 목적이다.

◇집시법은 ‘대통령 관저 주변’ 집회 금지

집시법이 열거하고 있는 이런 공적 장소 중엔 ‘대통령 관저(官邸)’가 포함돼 있다. 관저의 사전적 의미는 ‘정부가 고위직 공무원에게 마련해 준 집’이다. 이를 적용하면 대통령 관저란 대통령이 생활하는 공간을 뜻한다. 집시법은 ‘대통령 집무실’을 따로 집회 금지 장소로 열거하고 있진 않다.

이에 따라 윤석열 당선인에 대한 경호·경비 문제가 대두됐다. 만약 ‘관저’를 윤 당선인이 취임 후 거처로 사용할 한남동 육군참모총장 공관만 뜻하는 것으로 해석할 경우, 대통령이 집무를 보는 용산동 근방은 집회가 허용될 가능성이 생긴 것이다. 대규모 집회, 과격 집회가 연일 열려도 손 쓰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지금까진 청와대 경내에 대통령의 생활 공간과 집무실이 모두 있어 큰 문제가 없었는데, 두 공간이 떨어지며 생긴 일이다.

이에 대해 고민 중인 경찰은 집시법상 ‘대통령 관저’를 ‘대통령 집무실’까지 포함하는 넓은 개념으로 보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집시법이 열거하고 있는 ‘주변 집회 금지 장소’ 중엔 국회의장 공관, 대법원장 공관 같이 주요 기관 수장(首長)의 거처 뿐만 아니라 국회의사당, 대법원 같은 집무 공간도 포함돼 있다”며 “그런데 대통령 집무 장소만 제외된다는 것은 법 해석상 이치에 맞지 않다”고 했다.

집시법이 제정된 1960년대에 대통령의 거처와 집무실이 청와대에 같이 있었기 때문에 법률에 편의상 ‘대통령 관저’로만 표시했다는 것이다. 다른 고위급 경찰 관계자도 “현행 집시법의 해석으로 충분히 ‘집무실 100m 앞 집회 금지’가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지난 2015년 11월 서울 중구 시청 서울광장에서 민중총궐기대회를 마친 참가자들이 청와대로 행진하며 경찰과 격렬하게 충돌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법조계에서도 “타당한 해석” 의견

물론 집시법 개정으로 ‘대통령 집무실’ 등의 문구를 명시적으로 넣는 방법도 있다. 그러나 현재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의석 과반을 차지하고 있어 개정이 당장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경찰이 이 같은 해석론을 고민하는 이유다. 또, 특별법인 대통령경호법을 적용하면 집무실 일대를 ‘대통령 경호 구역’으로 지정해 집회 통제를 할 수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만약 소송이 걸릴 경우 ‘경호상 불가피한 조치’라는 것을 경찰 측에서 입증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대통령 관저’의 개념을 넓게 보는 관점에 대해 법조계에서도 “타당한 해석”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한 재경지법 부장판사는 “대법원 판단을 받아봐야겠지만, 집시법의 전체 취지를 고려할 때 ‘대통령 관저’를 집무실을 포함하는 개념으로 보는 해석도 타당할 수 있다”며 “특히 용산 청사에도 대통령의 숙식 공간이 마련될 경우 ‘관저’의 범주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반면 반대 의견도 있다. 한 변호사는 “집회 자유를 제한하는 법에서 문자 그대로의 해석을 넘어서 ‘유추 해석’을 하는 것은 위헌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집시법의 법리 적용과 해외 사례 등에 대해 종합적인 검토를 진행 중”이라며 “윤 당선인의 취임 전까지는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