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후 7시가 넘은 시각 서울 중구 무교동의 한 호프집이 텅 비어있다. 지난 21일 정부가 방역 수칙을 추가로 완화했지만 이날 이곳 호프집에는 150여 석 대부분이 빈 상태였다. 반면 비슷한 시각, 서울 강남역 인근 먹자골목은 식당과 술집을 찾는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남강호·장련성 기자

22일 저녁 8시 서울 을지로의 한 호프집. 가게에 놓인 테이블 20개 중 2개에 손님 4명이 앉아있었다. 코로나 사태 전 같으면 한창 붐빌 때였다. 하지만 어제도 하루 내내 손님 6팀만 받았다고 한다. 사장 지모(42)씨는 “우리 가게는 보통 회사원이나 중·장년층이 찾는 곳”이라며 “코로나 확산세 때문에 직장인들이 통 오질 않으니 예전 ‘4인·9시’ 제한이 있을 때보다 훨씬 어렵다”고 했다.

비슷한 시각 서울 신사동 압구정로데오역 근처의 한 막걸리 주점은 손님들로 거의 만석이었다. 30여 개 되는 테이블 중 27개를 20~30대로 보이는 손님들이 가득 메웠다. 다닥다닥 붙은 손님들이 나누는 대화로 시끌벅적했다.

정부가 소비 진작 등을 이유로 지난 21일부터 코로나 거리 두기 영업 제한을 ‘밤 11시·8명’으로 풀었다. 21~22일 이틀간 서울 주요 상권을 돌아보니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는 “크게 달라진 것을 못 느낀다”는 반응이 많았다. 특히 직장인들이 많이 찾는 도심에서 영업하는 상인들은 최근 확진자가 급증한 탓에 방역 수칙이 완화됐더라도 불황이 여전하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 21일 오후 7시쯤 찾은 서울 무교동의 한 설렁탕집은 테이블 10개가 놓인 2층짜리 매장에 손님이 한 명도 없이 휑했다. 그로부터 2시간 동안 이 가게에서 식사한 손님은 단 2명이었다. 그중 한 명은 가게 사장의 가족이었다. 사장 박모(60)씨는 “하루 장사로 20만원도 못 벌었다”고 했다.

직장인이 많은 도심의 경우, 확진자가 대거 나오면서 직장에서 ‘회식 자제’를 요청한 경우가 상당수다. 확진자나 밀접 접촉자가 집에서 격리돼 재택근무를 하는 곳도 잇따른다. 출근하는 사람들도 어린 자녀나 고령자인 부모와 가까이 지내는 경우 감염이 확산될까 봐 각종 모임을 자제하는 경우가 많다. 종로구 종각역 근처 금융권 회사를 다니고 있는 한 직장인은 22일 같은 부서원 15명 중에 코로나 확진자와 밀접접촉자 등을 뺀 3명만 회사에 나왔다고 했다. 을지로 쪽 회사에 다니는 김모(26)씨는 “작년 12월 입사 직후 ‘퇴근 후 직원 간 사적 모임 금지’ 공지가 내려왔다”며 “회사에 들어온 후 한 번도 회식을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여의도의 한 금융계 회사에 다니고 있는 김모(58)씨도 “집에 연세가 아흔 가까이 되시는 어머니가 계셔서 각종 모임을 거의 끊었다”고 했다.

반면 서울 압구정이나 강남역 일대 등 20대 젊은 층이 많이 찾는 상권은 분위기가 정반대다. 자취를 해 연세 든 부모님을 고려하거나 어린 자녀를 신경 쓸 일이 적은 젊은 층의 경우, 방역 수칙이 완화돼 사적인 모임을 더 많이 할 수 있어 반기는 사람이 많다. 지난 21일 오후 9시쯤 서울 강남역 근처 먹자거리 맥줏집은 손님들로 만석이었다. 4~5인용 테이블 50여 개가 꽉 찬 상태였고 가게 밖에는 자리가 나길 기다리는 손님들이 줄을 길게 서 있었다. 한 주점 직원은 “연초 ‘오후 9시 제한’ 때와 비교해 손님 수가 2배는 된 것 같다”고 했다.

전문가 사이에서는 코로나 거리 두기 완화가 소비를 늘리는 효과는 불분명한 반면, 젊은 층의 방심만 키워 감염이 확산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그간의 거리 두기 여파와 최근의 확진자 증가세로 이른 귀가를 하는 사람이 상당수”라며 “인원 제한이 풀린다고 해서 야간에 식당, 주점을 안 가려던 사람들이 갑자기 모임을 하진 않을 것이라고 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