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0년 서해상에서 북한군에 피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유족의 법률 대리인으로, 수사기관으로부터 수차례 통신자료 조회를 당한 김기윤 변호사가 무차별적인 통신자료 조회를 허용하는 ‘통신사찰법’은 위헌이라며 26일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김 변호사는 피살 공무원 유족을 비롯해 코로나 백신 피해자들과 위안부 할머니 후원금 유용 의혹을 제기한 단체 등의 변호를 맡아왔다.
김 변호사는 이날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이 같은 취지의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는 피살 공무원의 친형 이래진(56)씨와 김영호 위안부 할머니 기부금 및 후원금 반환소송 대책모임 대표가 자리했다. 김 변호사에 따르면, 서울남부지검·서울중앙지검·서초경찰서·인천지검 등 수사기관 4곳은 작년 2월 23일부터 11월 8일까지 각각 한 차례씩 김 변호사의 통신자료를 조회했다. 특히 인천지검은 작년 11월 8일에 김 변호사를 비롯해 재계 인사와 학생·시민단체 간부들의 통신자료도 동시에 조회한 것으로 드러난 바 있다.
김 변호사는 “정부에 의해 상처받은 이들을 대변하다가 사실상 통신 ‘사찰’을 당하게 됐다”며 “어느 변호사라도 변호권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통신 사찰의 근거가 되는 전기통신사업법 제83조 3항은 개인정보 수집 목적과 대상자 범위를 지나치게 넓게 인정하고 있고, 사전 또는 사후 통제 장치를 규정하고 있지 않아 국민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과 통신비밀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청구한 이유를 밝혔다.
이 자리에서 이래진씨는 “통신 사찰을 통해 감시와 통제를 하는 게 출범 당시부터 지금까지 민주주의와 자유를 표방해온 문재인 정부가 취할 행동이냐”며 “서해에서 피살된 동생의 사건이 발생한 지 햇수로 3년째인데, 아직까지 북한의 눈치만 보면서 유족의 변호를 맡은 분은 사찰했다는 사실에 참담한 심경”이라고 했다. 다만, 서해 피살 공무원의 유족들이 수사기관으로부터 통신자료를 조회당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