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대하 사극 ‘태종 이방원’에서 낙마 장면 촬영을 위해 말을 강제로 고꾸라뜨린 사실이 알려지며 동물학대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동물권 보호단체가 드라마 촬영장 책임자를 경찰에 고발했다.

KBS 1TV 대하드라마 ‘태종 이방원’ 속 동물학대 의혹이 불거진 장면/KBS 1TV ‘태종 이방원’

21일 경찰 등에 따르면 동물권 보호단체인 ‘카라’는 전날 서울 마포경찰서에 ‘태종 이방원’ 촬영장 책임자를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카라는 “KBS는 이번 일을 ‘안타까운 일’ 혹은 ‘불행한 일’로 공식 입장을 표명했지만, 이 참혹한 상황은 단순 사고나 실수가 아닌, 매우 세밀하게 계획된 연출로 이는 고의에 의한 명백한 동물 학대 행위”라며 “수신료로 운영되는 공영방송 KBS는 이번 상황을 단순히 ‘안타까운 일’ 수준에서의 사과로 매듭지어선 안 될 것”이라고 했다.

한국동물보호연합도 이날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S 본관 앞에서 “드라마 제작진이 낙마 장면을 촬영하며 말을 일부러 넘어뜨려 죽게 하는 학대를 했다”며 규탄 기자회견을 연 뒤 영등포경찰서에 고발장을 낼 예정이다.

동물자유연대가 20일 공개한 ‘태종 이방원’의 낙마 장면 촬영 현장 영상/인스타그램

‘태종 이방원’의 동물학대 논란은 7화에서 불거졌다. 문제가 된 장면은 이성계(김영철 분)의 낙마 장면이다. 공개된 영상을 보면 말은 양 발목에 밧줄이 묶인 채 달려 나오다가 앞으로 고꾸라진다. 말의 발목에 와이어를 묶어 앞으로 넘어지도록 한 것이다.

KBS는 입장문을 통해 “사고 직후 말이 스스로 일어나 외견상 부상이 없다는 점을 확인한 후 돌려보냈고, 최근 말의 상태를 걱정하는 시청자들의 우려가 커져 건강 상태를 다시 확인한 결과 촬영 후 1주일쯤 뒤 사망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했다.

청와대 청원도 등장했다. ‘방송 촬영을 위해 동물의 안전과 생존을 위협 당하는 일에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청원에서는 “2022년 공영방송 KBS가 행하는 촬영 현장이라고는 믿기 어려운 장면”이라며 “방송을 위해 동물을 ‘소품’처럼 이용하는 행태는 이미 오래전부터 지적되어온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이 청원은 21일 오전 11시 기준으로 4만 명의 동의를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