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템임플란트의 회삿돈 약 2215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된 직원 이모(45)씨의 아버지 A(69)씨가 11일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이 그의 집에서 아들 이씨가 횡령한 돈으로 산 1㎏짜리 금괴 254개를 발견한 지 17시간 만이었다. 경찰은 사망 경위를 파악하는 한편, 그를 비롯한 이씨의 가족들이 이씨의 횡령 범죄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는지 수사하고 있다.

경기 파주경찰서는 이날 오후 5시쯤 파주시 동패동의 한 공터 내 차량 안에서 숨져 있는 A씨를 발견했다.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앞서 경찰은 이날 오전 7시쯤 그가 유서를 남기고 사라졌다는 신고를 가족으로부터 접수하고 행방을 파악하고 있었다. 경찰에 따르면 가족들은 집 안에서 “잘 있으라”는 내용이 담긴 편지를 발견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날 0시 30분쯤 파주에 있는 A씨 집에서 1㎏ 금괴 254개(약 200억원 상당)를 찾아 압수했다. 이 금괴는 아들 이씨가 지난달 파주의 한 금 거래소에서 구매한 1㎏짜리 금괴 851개(약 681억원 상당) 중 일부다. 경찰은 지난 6일에도 이씨가 사는 건물에서 300억여원 상당의 금괴 497개를 찾았다.

경찰은 숨진 A씨를 비롯한 이씨 가족들이 이씨의 범행을 소극적으로 숨겨주는 정도를 넘어 적극적으로 가담했는지 수사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빼돌린 회삿돈 중 75억원을 아내와 처제 명의로 아파트·오피스텔 등 부동산과 고급 리조트 회원권을 사는 데 썼다. 이씨는 지난달 잠적 전엔 아내와 여동생 등에게 본인 소유의 건물 3채를 증여하기도 했다.

숨진 아버지를 제외하면, 현재까지 피의자로 입건된 이씨 가족은 그의 아내, 여동생, 처제 부부 등 4명에 이른다. 경찰 관계자는 “사망한 분에 대해서는 수사가 중단될 수밖에 없지만, 다른 가족들에 대해서는 이씨와 공모했는지 계속 조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또 이씨가 ‘회사 윗선’의 지시를 받고 횡령 등의 범행을 저질렀는지에 대해서도 수사하고 있다. 이날 서울경찰청은 앞서 지난 6일 시민단체가 오스템임플란트의 최규옥 회장과 엄태관 대표에 대해 “이씨를 사주했다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며 횡령 혐의로 고발한 사건도 기존 사건과 함께 수사하기로 했다. 오스템 측은 “이씨의 단독 범행”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오스템 측 변호인은 “이씨가 일부 회삿돈을 회사가 더 이상 쓰지 않는 증권 계좌로 옮겼다가, 재차 본인 증권 계좌로 이체하는 방식으로 빼돌린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오스템 측으로부터 회사 내 CCTV 영상 등을 넘겨받아 다른 직원들이 이씨 범행을 도왔는지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