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남성이 경찰 신변 보호를 받던 전 여자친구의 가족을 살해한 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피의자 신상 정보를 공개했다. 25세 이석준이다. 이로써 올해 신상 공개 피의자는 10명을 기록했다. 경찰이 2010년 흉악범죄·성범죄 피의자 신상 공개를 처음 시작한 이래 최다다.

서울경찰청은 14일 오후 신상 공개 심의위원회를 열고 “사전에 흉기를 준비해 1명을 살해, 1명을 중태에 빠지게 하는 등 중대한 피해가 발생했다”며 “공공의 이익을 고려해 신상을 공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석준은 지난 10일 오후 2시 26분쯤 전 여자 친구인 A(21)씨의 집에 침입해 A씨 어머니(49)를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 함께 있던 남동생(13)은 중태다. 경찰은 지금까지 신상 공개 대상자의 신분증 사진을 공개해왔는데, 실제 모습과 다르다는 지적이 나오자 이번엔 공개 당일 직접 촬영한 사진을 배포했다.

신상 공개 피의자 수가 두 자릿수를 기록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수사 기관은 ‘범행 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한 특정 강력범죄, 성폭력 범죄에 한해 국민의 알 권리 보장과 재범 방지, 범죄 예방 등에 필요한 경우’ 피의자 신상을 공개할 수 있다.

올해 신상 공개된 피의자 10명 가운데 경찰의 신변 보호 대상자나 그 가족을 살해한 이만 총 4명이다. 지난달 24일 신상이 공개된 김병찬(35)도 경찰의 신변 보호를 받던 전 여자 친구를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 피해자가 두 차례에 걸쳐 스마트워치로 경찰을 긴급 호출했지만, 위치 오차로 경찰의 초기 대응이 늦어졌고 결국 범행을 막지 못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경찰이 강력 범죄는 못 막고, 뒷북 치는 식의 신상 공개만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 같은 비판이 일자, 서울경찰청은 13일 서울 시내 31개 경찰서에서 수사 중인 스토킹·성범죄 사건을 전수 재조사하라는 긴급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흉악 범죄자의 신상 공개는 필요하지만, 핵심이 돼야 할 범죄 예방 없이 강력 범죄가 발생한 이후에 여론 눈치를 보며 신상 공개를 논의하는 게 문제”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