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남자친구로부터 스토킹을 당하던 30대 여성이 흉기에 찔려 숨졌다. 이 여성은 가해자가 집에 찾아오자 경찰이 준 스마트워치를 눌러 긴급 호출을 했지만 피해를 막지 못했다. 스마트워치는 1.5초 이상 버튼을 누르면 실시간 위치 전송과 함께 곧바로 112에 신고가 되는 장치다.
19일 서울 중부경찰서는 이날 오전 11시 41분쯤 중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흉기에 찔린 채 발견된 여성 A(32)씨를 병원으로 옮겼지만 숨졌다고 밝혔다. 경찰은 도주한 전 남자친구 B(35)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쫓고 있다. A씨는 스마트워치로 이날 두 차례 도움을 요청했다. 첫 신고는 오전 11시 29분이었다. 경찰은 스마트워치의 기지국 신호가 잡힌 명동으로 3분 만에 출동했지만 A씨는 없었다. 두 번째 스마트워치 신고는 11시 33분이었다. 경찰은 이번엔 명동과 피해자의 집 주소로 동시에 출동했고, 11시 41분에 오피스텔 복도에 쓰러져있는 A씨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첫 신고 12분 만에 도착한 셈이다. 경찰 관계자는 “스마트워치의 위치는 인근 통신 기지국을 바탕으로 조회하다보니 실제와 500m가량의 오차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A씨는 경찰의 신변 보호 대상자였다. 지난 7일 경찰에 “지난 6월에 헤어진 전 남자친구가 스토킹을 하고 있다”고 신고했다. B씨는 헤어진 이후 A씨에게 지속적으로 연락을 하고, 수시로 찾아와 “다시 만나달라” “안 만나줄 거면 너랑 나랑 같이 죽자” 등 협박성 발언을 했다고 한다. 이런 연락이 수개월간 이어지자 경찰에 보호를 요청한 것이다.
경찰은 신고가 접수되자 B씨를 협박·스토킹 혐의로 입건하고 A씨에게 스마트워치를 지급했다. 또 A씨에게 관내 임시 숙소를 배정하고, 귀갓길 동행 서비스도 제공했다고 밝혔다. 법원은 지난 9일 B씨에게 100m 이내 접근 금지, 정보통신 이용 접근 금지, 스토킹 중단 경고 등 한 단계 더 높은 ‘잠정 조치’도 내렸다.
하지만 친구 집에 머무르던 A씨는 다시 자택으로 왔다가 19일 오전 B씨를 맞닥뜨렸다. 그는 급히 스마트워치를 눌러 응급 호출을 했지만, 경찰이 출동하는 사이 범행이 벌어졌다. 경찰은 현장에서 270여m 떨어진 파출소 직원들이 도착했지만 B씨가 이미 흉기로 A씨를 수차례 찌르고 달아난 상태였다고 밝혔다. A씨는 바로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다. 경찰은 “피해자와 9~18일 사이 7차례 통화하면서 신변에 대해 물었고, 20일엔 그를 불러 조사도 할 예정이었다”며 “CC(폐쇄회로)TV 추적 등을 통해 용의자를 신속히 검거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