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졸중으로 쓰러진 아버지를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존속 살해)로 기소된 20대 아들에게 항소심에서도 징역 4년이 선고됐다. 최근 이 사건은 오랜 간병에 지쳐 부모나 형제 목숨을 빼앗는 ‘간병 살인’으로 불리며 주목을 받았으나 법원은 살인의 고의를 인정해 1심 판단을 유지했다.
대구고법 형사2부(재판장 양영희)는 10일 존속살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22)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A씨 측 항소를 기각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지난 8월 그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A씨가 아버지를 퇴원시킨 다음 날부터 죽게 할 마음을 먹고 의도적으로 방치한 점이 인정된다”고 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외동아들인 A씨는 약 10년 전부터 아버지와 단 둘이 지냈는데 아버지가 지난해 9월 뇌출혈 증세로 쓰러져 입원하면서 병 간호와 생활고로 어려움을 겪었다. 아버지는 거동이 불편해 다른 사람 도움 없이는 생명 유지가 어려운 상태였다. 치료비를 감당하기 어려워진 A씨는 지난 4월 아버지를 퇴원시킨 뒤 집에서 혼자 돌봤다. 이후 퇴원 이튿날부터 처방약을 주지 않고 치료식을 정상적인 공급량보다 적게 주다 일주일 뒤부터는 아버지를 방에 홀로 방치해 5월쯤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일부 언론을 통해 밀린 월세 등을 갚고 생활비를 벌기 위해 병 간호와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A씨가 (경제적 사정으로) 퇴원 다음 날부터 부친을 죽게 할 마음을 먹고 방치했다고 일관되게 진술했고, 생계·장애 지원 절차를 알려준 삼촌의 권유를 받아들이지 않은 점 등을 들어 A씨가 고의로 부친을 살해하려 했다고 판단했다. 1심 형량이 높다는 A씨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사건은 최근 한 매체가 월세를 내지 못하고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렸다는 A씨 사연을 소개하면서 주목받았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는 소셜미디어에 관련 보도를 링크한 뒤 “둘 중 한 명은 죽어야만 끝나는 간병 문제의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은 “사건을 방지하지 못해 죄송하다”고 했고, 김부겸 총리는 제도 보완을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