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을 너무 많이 한다”는 꾸중에 격분해 친할머니를 살해하고, 이를 방조한 10대 형제가 첫 공판에서 범죄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검찰은 이들이 수사 과정에서도 “웹툰을 못 봐서 아쉽다”고 하는 등 범죄를 진심으로 반성하지 않는다며 재판부에 보호관찰명령을 요청했다.
28일 오전 대구지법 서부지원 형사1부(재판장 김정일)에서 존속살해 등 혐의로 기소된 A(18)·B(16)군 형제의 재판이 열렸다. A군은 지난 8월 30일 대구의 자택에서 친할머니 C(77)씨를 흉기로 60여 차례 찔러 살해했고, 이를 목격한 할아버지까지 살해하려다 동생 B군이 말려 미수에 그친 혐의를 받고 있다. 동생 B군은 할머니의 비명이 새어나가지 않도록 창문을 닫는 등 형의 범죄를 도운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평소 “휴대폰 게임을 너무 많이 한다” “왜 너희가 급식카드를 갖고 편의점에서 직접 먹을 것을 사지 않느냐” “20살이 되면 집을 나가라”는 친할머니의 꾸중에 격분해 할머니를 살해한 것으로 조사됐다.
A군은 할머니를 살해한 뒤 할아버지를 향해 “할머니도 간 것 같은데 할아버지도 같이 갈래”라고 위협했다. 할아버지가 “할머니 일단 병원부터 보내자”고 하자 A군은 “할머니 갔는데 병원은 무슨 병원, 할아버지도 같이 가야지”라며 흉기로 위협했다. 하지만 B군이 “할아버지는 놔두자”며 만류하자 이에 범행을 중단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재판 2~3일전 각각 반성문을 제출했다. 하지만 검찰은 “피고인은 수사 과정에서 심경을 묻자 “웹툰을 못 봐서 아쉽다”고 하는 등 범행을 반성하지 않고 있다”면서 재판부에 보호관찰명령을 청구했다.
A군 형제의 할머니 C씨는 지난 2012년 A군과 B군이 각각 9세, 7세일 때부터 올해까지 약 9년간 이들을 길러왔다. C씨와 할아버지 모두 신체 장애 판정을 받은 상태였다.
재판부는 피고인 신문 등을 거쳐 판결에 참고할 방침이다. A군 형제에 대한 다음 재판은 오는 12월 6일 대구지법 서부지원에서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