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향자 무소속 의원(광주 서구을)의 특별보좌관이었던 박모(53)씨가 기업에서 활동비 명목으로 매월 수백만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 기업 경영진의 수백억원대 횡령·배임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도 최근 이런 단서를 확보해 수사 중인 것으로 29일 알려졌다. 양 의원 친척으로 알려진 박씨는 지역구 사무실 여직원을 성추행한 혐의로 지난달 구속됐고 특보직을 그만둔 상태다. 양 의원도 이 사건으로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했다.
본지가 입수한 보험종합판매회사인 R사 내부 자료에 따르면, R사는 지난해부터 박씨에게 매월 300만~550만원의 활동비를 제공했다. 당초 월 300만원씩 주다가 작년 10월부터 월 550만원을 지급한 것으로 돼 있다. 이 돈이 지급되던 시기에는 박씨가 양 의원 특보직을 유지하고 있었다.
이 내부 자료를 보면 R사 한모 대표가 대주주로 있는 관계회사 여직원에게 급여를 주는 것처럼 위장해 박씨에게 매월 300만원의 돈을 지급한 것으로 돼 있다. 이후 R사 재무담당 박모 부사장이 인사·재무 실무자들에게 박씨의 활동비 증액을 지시하는 내용도 담겨 있다. 지난해 10월부터 박씨의 활동비를 월 250만원씩 더 올려주기 위해 보험료와 세금 등을 감안해 여직원 임금을 월 350만원씩 더 인상해야 한다고 돼 있다. 내부 자료 끝부분엔 ‘대표님께서 ~~의원, ~~특보 등의 표현이 구두(口頭) 외 남아 있는 것을 금했다. (지시 사항은) 숙지 후 삭제하라’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불법을 숨기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정치자금법상 법인이나 단체는 국회의원에게 정치자금 후원을 할 수 없고, 개인이라도 연간 500만원을 넘게 후원할 수 없게 돼 있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기업이 직원 급여로 위장해 사실상 양 의원 측에 정치자금을 준 것이라면 양 의원이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게 될 수 있고, 기업 입장에선 횡령·배임죄가 될 수 있다”고 했다. 박씨는 지역구에서 양 의원의 정치자금을 관리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경찰은 최근 R사에 30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가 있다는 고발이 접수돼 수사에 착수한 상태다. 이 과정에서 불법 정치자금 제공 의혹도 수사하고 있다. 경찰은 특히 R사가 지난 2월 양 의원 지역구인 광주광역시에 AI센터를 개소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서울에 본사를 둔 보험판매사가 지방의 AI 사업에 참여한 것이 석연치 않다는 것이다. 이 센터는 양 의원 지역구 사무실과 같은 건물, 같은 층에 있다. 경찰은 R사가 박씨에게 지급한 돈이 이 사업과 관련됐는지도 수사하고 있다. 이에 대해 R사 관계자는 “아무것도 확인해 줄 수 없다는 게 회사 입장”이라고 했다.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양 의원은 답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