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발찌 훼손 전과 후 각각 여성 1명씩을 살해하고 경찰에 자수한 강모(56)씨는 강도 강간, 강도 상해 등으로 수감됐던 전력이 있는 전과 14범이었다. 성범죄 전과만 2차례 있다. 강씨는 15년여를 복역한 뒤 지난 5월 천안교도소에서 출소해 전자발찌 부착 명령(5년)을 받았는데 출소 3개월여 만에 범행을 저질렀다. 그런데도 법무부는 그가 전자발찌를 끊고 도주했다는 사실만 경찰에 통보했을 뿐 범죄 전력은 제대로 알려주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전자발찌를 끊기 전 강씨의 집에는 그가 살해한 여성이 있었지만, 경찰은 자택 수색도 하지 않았다. 강씨가 자수할 때까지 38시간 동안 두 기관은 그가 여성 두 명을 살해한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강씨는 지난 27일 오후 5시 31분 서울 송파구 신천동의 한 거리에서 전자발찌를 끊고 도주했다. 지하철역에서 100m 떨어진 곳으로 주변에 방범카메라가 있어 추적이 불가능한 상황은 아니었다. 법무부는 이날 “서울·경기 지역 10개 보호관찰소 및 8개 경찰서가 공조해 검거에 총력을 기울였다”고 밝혔다.
하지만 법무부·경찰은 29일 오전 7시 55분쯤 강씨가 두 번째로 살해한 여성의 시신을 차에 싣고 서울 송파경찰서를 찾아올 때까지 그를 붙잡지 못했다. 법무부의 공조 요청을 받은 경찰은 강씨가 8호선 몽촌토성역 인근에 전자발찌를 버린 뒤, 렌터카를 타고 서울역 앞으로 이동해 도주한 것까지만 확인했다고 한다. 더 적극적으로 추적해 강씨를 빨리 붙잡았다면 두 번째 살인은 막을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 관계자도 “이틀 동안 왜 못 잡았느냐고 하면 할 말이 없는 게 사실”이라고 했다.
경찰은 27일 오후 5시 38분 법무부 산하 위치추적중앙관제센터에서 강씨의 도주 사실을 통보받았다. 이후 이날 오후 6시 5분, 8시 5분, 10시 등 총 세 차례 서울 송파구의 강씨 집을 찾았다. 법무부 직원들도 강씨 집을 찾아갔다. 하지만 집 안으로 진입하진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주변 방범카메라를 확인해보니 강씨가 집을 나서는 모습만 있고 들어오는 장면이 없어 외부 추적만 했다”며 “강씨가 집에 있다는 정황이 없고 수색영장도 없어 강제로 문을 열 수 없었다”고 했다. 당시 강씨 집에는 그가 살해한 여성 한 명의 시신이 유기돼 있었다. 그런데도 자택을 수색하지 않아 이를 까맣게 몰랐던 것이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긴급한 경우라고 판단되면 압수수색영장 없이도 자택에 들어갈 수 있다”며 “경찰이 소극적으로 대응한 측면이 있다”고 했다. 한 총경급 경찰 간부도 “경찰이 조금 더 적극적으로 추적했다면 추가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했다.
법무부와 경찰은 책임 떠넘기기를 하고 있다. 경찰 측은 “법무부에서 소재 파악을 부탁하는 ‘발견 요청’ 형태로 공조 요청을 해와 강씨의 소재지를 파악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며 “전자발찌 훼손은 법무부 관할이고 법무부에서 전달받은 내용만으로는 범행 혐의점을 발견하지 못해 추적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반면 법무부는 “소재 파악은 경찰에서 주도하는 것”이라고 했다.
강씨는 만 17세 때 처음으로 특수절도로 징역형을 받았다. 이후 1996년 길을 가던 여성을 폭행한 뒤 강간했고, 2005년에는 출소 5개월 만에 차량 안에서 여성을 흉기로 위협하고 금품을 빼앗은 후 추행하는 등 14차례의 범죄 전력이 있다. 강씨는 신상 공개 제도가 시행된 2008년 전에 성범죄를 저질러 ‘성범죄자알림e’를 통한 신상 공개 대상자는 아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에 전자발찌 훼손을 전후해 그가 살해한 여성 2명은 각각 40대와 50대로 강씨와 아는 사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강씨가 과거 범죄를 저질렀을 당시 피해자와 동일 인물은 아니라고 경찰은 말했다. 강씨는 출소 후 최근까지 화장품 영업사원 일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강씨는 경찰에서 살해 동기에 대해 “(피해자가) 성관계를 거부해서 그랬다”고 하다가 “금전 문제가 있었다”고 하는 등 오락가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씨는 “범행 사실이 발각될까 두려워서 자수했다”고 말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