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울산에서 20대 여성이 자신의 남자친구를 흉기로 찌른 뒤 모텔 건물에서 투신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해당 모텔 주인이 “왜 말리지 못했을까 후회된다”고 자책했다.

26일 새벽 울산대 '에브리타임'에 올라온 글/에브리타임

26일 새벽 울산대학교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 자유게시판에는 “얼마 전 사고가 일어난 모텔 주인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먼저 작성자 A씨는 “고인이 된 두 분의 명복을 빈다”며 유족에게 애도를 표했다.

이어 “저희 가게에서 안타까운 사고가 일어나 마음이 무겁다. 코로나로 하루하루 힘든 걸 이 악물고 버텨내고 있던 와중에 이런 안타까운 사고가 일어났다. 아무래도 동네 위주로 하는 장사다 보니 안 좋은 소문이 돌아 매출이 반의 반토막이 나버렸다. 원망을 할 사람도 남아 있지 않고 텅 빈 객실들을 보니 착잡하고 막막하기만 하다”고 심경을 전했다.

A씨는 “고인이 안절부절못하며 들어왔을 때 도움이 필요하냐고 물어봤는데, 왜 알아차리지 못했을까 왜 말리지 못했을까 후회된다”며 “사고 현장을 발견하자마자 119에 신고하고 심폐소생술을 하면서 노력했지만, 제 능력 밖의 일이었다”고 당시 사고 상황을 전했다.

A씨는 사건 이후 고인을 조롱하고 비하하는 온라인 반응에 더 충격을 받았다. 그는 “이번 일과 관련해 혐오성 발언을 하며 다투는 유튜브와 각종 SNS의 댓글을 보니 정신이 아득해졌다. 고인의 마지막을 직접 겪은 저로서 죽음 앞에 젠더 갈등이 무슨 의미가 있나 싶다”고 말했다.

이어 “사건 발생 이후 며칠 동안 가게 주차장과 사고 현장을 기웃거리면서 웃고 떠들며 고인을 조롱하는 사람들이 있었다”며 “심지어 손님인 척 들어와 여기가 거기냐고 묻고 낄낄대며 그냥 나가버리는 등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사람도 많았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건을 그저 자극적인 가십거리로 여기지 말아달라”며 “2015년에 오픈한 뒤 열심히 일궈온 가게고, 이번 사건으로 모텔과 관련된 나쁜 시선이나 선입견은 거두어 달라”고 당부했다.

아울러 “고인이 떠난 자리에 막걸리 한 통 부어주고 저도 술 한 잔 마신 상태다”며 “뜬눈으로 며칠을 보냈는데, 푹 쉬고 기운 차려서 다시 하나둘 쌓아 올린다는 마음가짐으로 손님을 맞겠다”고 했다.

한편 지난 22일 오후 9시쯤 울산대학교 앞에서 20대 여성 B씨가 자신의 남자친구인 20대 C씨를 흉기로 찌른 뒤 도주했다. B씨는 10여분 뒤 사건 현장에서 300m 정도 떨어진 모텔 건물에서 투신했다. B씨는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숨졌다. C씨는 병원에서 수술을 받았으나 회복하지 못하고 23일 오전 사망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