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게임을 그만하라”며 혼냈다는 이유로 60대 부친을 흉기로 찌른 20대 아들이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아들의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부친의 간절한 탄원과 “(아들이)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가족의 약속을 재판부가 받아들인 것이다.
22일 대구고법 형사2부(재판장 양영희)는 존속살해미수 혐의로 기소된 A(29)씨에 대해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검찰의 치료감호청구 역시 기각됐다. 다만 A씨의 상태를 감안해 정신질환에 대한 치료와 보호관찰을 받을 것을 명령했다.
A씨는 지난해 1월 6일 경북 포항의 자택에서 부친을 흉기로 3차례 찌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틀에 걸쳐 휴대전화로 게임을 하는 걸 본 부친 B(67)씨가 꾸짖은 게 사건의 발단이었다. A씨는 수사당국에 “식사 준비를 하기 위해 서 있던 아버지를 보고 있으니 “아버지를 죽이면 모든게 해결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진술했다.
당시 A씨는 흉기를 들고 B씨에게 다가간 뒤 “아버지, 미안해요”라는 말과 함께 등과 어깨, 목 뒷부분을 찔렀다. 하지만 부상에도 불구, 부친 B씨가 칼을 빼앗고 저항하면서 범행은 미수에 그쳤다.
앞서 지난 2월 1심 재판부는 A씨에게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했고 치료감호 처분을 내렸다. 재판부는 “A씨가 정신질환으로 인해 심신이 미약한 상태에서 길러준 친부를 대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면서 “스스로 약물치료를 중단하는 등 재범의 위험성이 있는만큼 치료감호시설에서 치료를 받을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원심을 파기하고 형량을 낮췄다. A씨의 가족이 재판부를 상대로 보여준 A씨에 대한 책임감 때문이었다. 부친 B씨는 수사단계에서부터 아들에 대한 처벌을 원치 않았다. 항소심 재판에서도 증인으로 출석, “아들이 정신과 치료를 통해 사회인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재판부의 선처를 요청드린다”며 수차례 탄원했다.
A씨의 모친과 누나 역시 “A가 정상적으로 살아가도록 모든 가족이 꾸준히 관심을 갖고 최선을 다해 돕겠다”고 약속했다. A씨 담당 의사가 “입원 치료를 통해 A씨 증상이 호전됐고 현재로선 특이한 정신병리가 없다”라고 쓴 소견서도 양형에 참작됐다.
재판부는 “A씨의 범죄는 무겁지만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점, 가족들이 탄원하고 있는 점 등을 감안하면 원심의 형이 무겁다고 판단된다”면서 “A씨가 가족의 도움과 치료를 받으면 재범의 위험성이 줄어들 것으로 보이는 만큼, 치료감호시설로의 격리는 기각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