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가 인공지능(AI)챗봇 ‘이루다’의 혐오·차별 발언 관련 진정사건에 각하 결정을 내렸다. /연합뉴스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혐오·차별 발언 문제가 제기된 인공지능(AI) 챗봇 ‘이루다’ 사건 진정에 대해 각하 결정을 내렸다.

참여연대·진보네트워크 등 시민단체들은 12일 논평을 내고 “인권위가 지난달 30일 이루다는 인격체가 아니기 때문에 이루다에 의한 혐오표현을 조사할 수 없다며 각하 결정했다”고 밝혔다. 인권위의 이번 결정은 시민단체들이 지난 2월 인권위에 제기한 진정에 따른 것이다.

이루다는 스타트업 스캐터랩이 지난해 12월 23일 출시한 AI 챗봇이다. 사용자들과 대화를 하면서 학습하는 딥러닝 기술을 이용하는데, 20대 여성 대학생으로 캐릭터가 설정돼 있다. 하지만 이루다가 네티즌 사이에서 도를 넘는 성희롱 대상이 되는 등 논란이 일어 출시 3주 만에 서비스가 중단됐다. 또한 이용자와의 대화에서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 발언을 쏟아내, 이루다가 소수자 차별·혐오를 학습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인권위는 국회·개인정보보호위원회·방송통신위원회·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국가기관들이 인권 침해 발생 이전에 보호 의무를 소홀히 했다는 진정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작위 의무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각하했다.

진정을 제기한 시민단체들은 “인권위의 각하 결정은 이루다 사건에서 발생한 프라이버시권 침해, 혐오표현 및 차별의 문제를 회피하는 부당한 결정”이라며 “이번 인권위의 판단은 인공지능과 책임에 대한 기본적 이해가 없는 부당 판단이고 나아가 조사를 하지 않기 위한 면피성 판단이 아닌가 의심된다”고 비판했다.

인권위는 진정 사건을 각하하는 대신 정책 권고를 내리기 위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인권위 관계자는 “사건을 인권정책과로 이관해 정책권고안을 준비 중”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