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수산업자' 김모(구속)씨의 유력 인사 금품 제공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참고인에게 녹음을 지시하는 등 불법 수사를 했다는 의혹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서울경찰청은 가짜 수산업자 김씨의 비서 A씨에게 ‘김씨 변호인을 만나 대화 내용을 싹 녹음하라'고 시킨 서울청 강력범죄수사대 허모 경위를 수사에서 배제한 데 이어 추가로 경찰관 B씨를 대기발령했다. B씨가 지난 20일 포항에 있는 A씨를 만나 “녹음 파일을 (허 경위에게) 전달하지 않은 것으로 해달라”고 회유했다는 22일자 본지 보도가 나온 직후에 나온 결정이다.

서울청 고위 관계자는 22일 기자들과 만나 “강력범죄수사대 소속 경찰관 B씨를 오늘자로 대기발령했다”며 “(A씨에게 한 말이) 부적절하다고 판단하고 수사신뢰성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대기발령 조치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로써 가짜 수산업자 사건과 관련해 경찰의 불법 수사 의혹으로 수사에서 배제된 건 허 경위에 이어 2명으로 늘게 됐다.

B씨는 허 경위가 A씨에게 “김씨 변호인을 만나 대화 내용을 싹 녹음하라”고 시켰다는 본지 보도가 나온 20일 밤 11시 A씨가 있는 포항으로 내려갔다. 서울청 관계자는 “수사심사담당관실에서 (허 경위의 녹음 지시 관련)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A씨에게 연락을 했지만 닿지가 않아 수사를 담당한 B씨에게 사실관계 확인 협조를 요청했다”며 “A씨가 허 경위에게 녹음 파일을 줬는지만 확인했으면 됐는데 뒤에 말을 덧붙였다”고 설명했다. B씨는 A씨를 만나 “허 경위에게 녹음 파일을 카카오톡으로 줬다”는 말을 듣고 2시간 뒤인 새벽 1시 15분쯤 강력범죄수사대 담당 계장에게 보고를 했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담당 계장에게 ‘특별한 내용이 없으면 (허 경위에게) 녹음 파일을 전달했다는 이야기를 안 해줬으면 좋겠다'는 취지의 말을 한 건 보고하지 않았다”며 “B씨가 (허 경위와) 오랫동안 근무를 하다보니 걱정되는 마음에 말을 한 걸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서울청은 우선 부적절한 발언을 한 B씨를 대기발령했다. 허 경위에 대해선 조사가 더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경찰 안팎에선 허 경위의 경우 직권남용, 강요 등 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 관계자는 “허 경위의 경우 사실관계 확인이 더 필요하기 때문에 우선 수사에서 배제시켰다”며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다음 절차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통상 경찰은 수사 중 발생한 의혹에 대해 수사부 소속 수사심사담당관실에서 조사를 한 후 정식 감찰을 진행한다. 감찰을 통해 비위가 확인될 경우 수사를 벌이거나 징계 조치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