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기관을 사칭, “전화금융사기 사건에 피의자로 연루됐다”고 애먼 50대 여성을 속여 통장에 있던 2억원은 물론 집을 담보로 은행에서 5억원 가량을 빌리게 한 뒤 그 돈을 모두 뜯어내는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를 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부산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 금융사기수사팀은 “전화금융사기로 70여억원을 뜯어낸 혐의로 보이스피싱 조직 34명을 검거, 이중 24명을 구속했다”고 14일 밝혔다. 이들 34명은 칭다오 등 중국에 있는 콜센터, 국내에 있는 전화번호 조작 중계기 관리·피해자를 직접 만나 돈을 받아가는 현금수거 조직 등에 속해 있다.
경찰은 “요즘은 보이스피싱 조직이 콜센터, 중계기 관리, 현금수거, 국내에서 뜯어낸 돈을 중국 등으로 송금하는 환치기 등 별개의 조직으로 각각 분화돼 점조직처럼 운영되고 있다”며 “A콜센터 조직이 B중계기 조직, C콜센터 조직이 D현금수거책 등과 연결해 범행을 하는 식”이라고 말했다.
부산에 사는 50대 여성 A씨는 지난 2019년 11월 말 휴대폰으로 걸려온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자신을 ‘검사'라 밝힌 이 남성은 A씨에게 “본인 명의가 도용돼 개설된 대포통장이 전화금융사기에 이용돼 피의자로 확인됐다”며 “피의자가 아니라 피해자임을 증명하고 혐의를 벗으려면 현재 통장에 있는 돈을 뽑아 금융감독원에 넘겨야 한다”고 꾀었다.
이 말을 사실로 믿은 A씨는 다급한 마음에 통장에 있던 돈 2억원을 인출, 이들에게 넘겼다. 이후 주택담보대출 4억5000만원 등 5억원을 금융권에서 빌려 한 달간 8차례에 걸쳐 보이스피싱 조직에 건넸다. A씨의 피해액만 7억원에 달한다.
이들은 지난 2019년부터 지난 5월까지 이같은 수법으로 A씨 등 300명에게서 모두 70여억원을 뜯어낸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 중 중계기 관리 조직은 승합차에 전화번호 조작 중계기를 설치한 뒤 피해자를 속이기 위해 보이스피싱에 악용되는 전화번호를 해외 발신이 아닌 국내 전화로 바꾼 혐의도 받고 있다.
중계기 관리 조직은 콜센터 조직에서 걸려오는 전화를 해외발신 인터넷 전화번호를 010으로 시작하는 휴대전화 번호인 것처럼 조작해준다. 경찰은 “해외 발신번호로 걸려오는 전화는 사람들이 잘 안 받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화번호 조작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번에 검거된 ‘중계기 관리 조직'은 종전 원룸·모텔 등 고정된 장소에 설치하던 중계기를 수시로 이동할 수 있는 승합차 안에 설치해 경찰의 추적을 따돌렸다. 경찰은 “이들 중계기 조직은 경찰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승합차에 중계기를 5~6대씩 설치하고 이곳 저곳으로 옮겨 다니면서 범행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들로부터 승합차 1대와 불법 중계기 29대, 보안카메라 5대, 와이파이 공유기 9대 등을 압수했다. 경찰은 “범행을 미리 차단, 보이스피싱 피해를 줄이기 위해 전화번호 조작 중계기에 대한 단속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