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구 전 법무차관에 대한 ‘봐주기 수사’ 의혹을 자체 조사하는 경찰이 사건 담당 총책임자였던 당시 서울 서초경찰서장 A 총경을 4개월간 한 차례도 정식 조사하지 않은 것으로 3일 확인됐다. 경찰 진상 조사가 결국 실무자만 처벌하는 ‘꼬리 자르기’로 끝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A 총경은 이 전 차관 ‘봐주기 수사’ 의혹의 보고 라인에 있는 사건 총책임자다. 사법시험 출신으로, 폭행 사건 발생 사흘 뒤인 작년 11월 9일엔 ‘폭행 건에 연루된 이용구 변호사가 공수처장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이란 내용도 보고받았다. 하지만 경찰 진상조사단은 내사 종결 결재가 팀장·과장 선에서 끝났다는 이유로 A 총경은 주요 수사 대상에서 제외했다.
지난 1월 24일 진상조사단을 꾸린 서울경찰청은 줄곧 서초서장의 부하 직원들만 줄줄이 조사했다. 당시 이 건을 담당한 수사관(경사)과 그 직속 상관인 형사팀장(경감), 형사과장(경정)이 특수 직무 유기 혐의로 조사를 받아 자동 입건(立件)됐다. 올해부터는 혐의가 입증되지 않아도, 일단 수사기관에서 조사받으면 자동 입건되는 대통령령이 시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혐의가 확인돼 직무 배제된 인물은 말단 수사관뿐이다.
경찰은 진상 조사 막바지인 지난달 24일에야 피혐의자가 아닌 참고인 신분으로 A총경을 한 차례 불렀고, 입건도 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A 총경의 휴대전화 등에 대한 포렌식은 진행했다”며 “그의 혐의가 확인되지 않아 입건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A 총경은 이 전 차관 사건 내사 종결 이후인 지난 1월 영전(榮轉)해 현재 서울경찰청 수사과장을 맡고 있다. 서울경찰청이 진상조사단을 꾸리기 나흘 전이다. 이해 충돌 논란이 빚어지자 당시 경찰은 “A 총경은 진상조사단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