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이상 알고 지낸 친구에게 성매매를 강요해 대금 약 3억원을 착취하고, 한겨울에 냉수목욕을 시키고 때리는 등 가혹행위를 저질러 사망에 이르게 한 20대 여성이 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심약한 피해여성이 자신에게 의지하는 사정을 악용해 심리적으로 지배한 ‘그루밍’ 범죄의 성격이 있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이 여성의 동거남도 공범으로 구속 기소했다.
수원지검 안산지청 공판부(민영현 부장검사)는 성매매 강요, 성매매 약취, 중감금 및 치사, 범죄수익은닉법 위반 등의 혐의로 A(26)씨와 동거남 B(27)씨를 구속기소 했다고 3일 밝혔다.
경찰과 검찰의 수사 결과에 따르면 A씨는 2019년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약 1년 동안 친구인 C(26)씨를 서울시에 있는 자신의 집 근처에서 살게 하면서 2145회에 걸쳐 성매매를 시키고 대금 3억원 상당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C씨 집에 홈캠을 설치하고 위치추적 앱으로 실시간 감시를 하면서 하루 평균 5∼6차례 인근 모텔 등지에서 성매매에 나서도록 지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 하루에 정해진 액수를 채우지 못하면 집으로 불러 냉수 목욕이나 구타, 수면 방해 등의 가혹행위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같은 범행은 지난 1월 피해여성인 C씨가 A씨의 집에 감금돼 가혹행위 등으로 신체가 쇠약한 상태에서 냉수 목욕을 강요받다 저체온증으로 사망하면서 발각됐다. 당시 A씨는 친구 C씨가 원인 불명으로 갑자기 쓰러졌다고 119에 신고했으나, 변사자에 대한 부검과 휴대전화 디지털 포렌식에서 성매매 강요, 가혹행위 등의 범행이 확인됐다.
경찰과 검찰의 수사 결과 A씨는 C씨의 중·고·대학 동창에 직장생활도 함께 했다. 직장을 그만둔 이후에 함께 성매매를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C씨에게 “성매매 조직이 배후에 있다”, “네가 일하지 않으면 다칠 수 있다”며 협박했다. 또 특정 자세를 취한 상태에서 사진을 찍도록 하는 등 3868건의 성착취물 촬영을 강요한 사실도 확인됐다. C씨의 부모에게는 “친구가 스스로 성매매하고, 오히려 나는 돌보며 성매매를 제지하고 있다”고 거짓말을 해 관계를 차단했다.
특히 C씨가 지난 1월 고향으로 달아나자 A씨와 동거남 B씨는 찾아내 다시 서울로 데려와 성매매를 하도록 했다. 당시 C씨는 학대로 입은 상처를 치료하기 위해 입원 중이었다. 이들은 C씨의 사망으로 수사가 시작되자 계좌에 들어있던 성매매 대금 2억3000만원을 인출해 집안에 숨기기도 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검찰은 당초 경찰이 C씨의 변사사건 수사보고서에서 휴대전화에 관해 ‘특이사항 없음'이라고 밝혔으나, 20대 여성의 갑작스러운 사망에 주목해 휴대폰에 대한 디지털 포렌식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해 메신저를 통한 성매매와 성착취 사진 촬영 강요 등의 혐의를 포착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