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대표로 있는 로펌 소속 변호사를 성폭행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던 변호사가 사망했다. 26일 서울 서초경찰서는 이날 오전 4시 7분쯤 변호사 A씨가 서초동 사무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그의 가족으로부터 112 신고를 접수했고, 타살 혐의점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했다. 경찰은 그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40대인 A씨는 작년 12월 후배 변호사인 20대 B씨를 성폭행하고 추행한 혐의 등으로 고소된 상태였다. B씨는 작년 3월 31일부터 6월 2일까지 A씨가 10여 차례 성폭행이나 강제 추행을 했다고 주장했다. 2019년 변호사 시험을 통과한 뒤 자리 잡은 첫 직장이, A씨가 대표 변호사로 있던 로펌이었기 때문에 저항하기 어려웠다는 게 B씨의 주장이다. A씨는 B씨가 로펌을 퇴사한 작년 5월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만남을 요구해왔고, B씨는 이로 인해 정신과 치료 등을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A씨는 경찰 조사에서 “합의에 의한 성관계”였다고 주장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B씨 측에 따르면, A씨는 지난 3월 말 B씨에게 ‘성폭행 혐의를 인정하지는 않지만, 도의적으로 미안하게 생각하고 합의하고 싶다’는 연락을 했다. B씨 측은 이에 대해 추가적인 답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A씨가 숨진 현장에서 유서가 발견됐지만, 경찰은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 그간 이 사건을 수사해온 경찰은 A씨가 사망함에 따라 공소권 없음으로 수사를 종결할 예정이다.
B씨의 법률대리인인 이은의 변호사는 이날 페이스북에 “피해자는 열악한 지위에서 피해를 입었기에 더 이상 유사한 피해가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는 바람으로 고심 끝에 고소를 결정했다”며 “피의자가 선택한 사망 앞에 그저 애도만을 전할 수는 없는 입장”이라고 썼다. 이어 “사건이 끝나더라도 이를 계기로 시작돼야 할 이야기들이 종결돼서는 안 된다”며 “수사기관과 법조계, 사회를 향해 종합적인 입장을 낼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