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시절 전두환 전 대통령을 비판하는 유인물을 배포하고 “전두환 물러나라” 등 구호를 외쳤다가 징역형을 받았던 남성이 40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북부지법/조선DB

서울북부지법 형사4단독 진상범 판사는 40년 전 ‘계엄포고 10호’ 위반 혐의로 징역 1년을 선고 받은 박모(66)씨에게 지난 14일 무죄를 선고했다. 계엄포고 10호란, 1980년 5월 17일 전두환 전 대통령이 비상 계엄을 전국으로 확대하며 국내의 모든 정치 활동과 집회·시위를 금지하고, 언론을 사전검열 하기 위해 내렸던 포고령이다.

박씨는 같은해 10월 8일 5·18 민주화운동에서 사망한 학생을 추모하는 예배에 참석해 ‘세계 역사상 유례를 찾기 힘든 만행을 동족 간 서슴없이 자행’ ‘박 정권 식의 안보 논리로 또다시 국민을 노예로 길들이려고 한다’ 등 전두환 전 대통령을 비판하는 내용이 담긴 유인물을 학생 약 80명에게 배포했다. 이어 채플실에 모인 학생들에게 “밖으로 나가 침묵시위를 하자”고 제안하고, 학교 본관 앞 잔디밭으로 나온 학생 100여명과 함께 “전두환 물러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박씨는 ‘계엄포고 10호' 위반으로 기소됐고, 이듬해 징역 1년형을 받고 복역했다.

진상범 판사는 “어떤 행위가 헌정질서 파괴를 저지한 행위인지 여부는 행위의 동기, 목적과 대상, 결과 등을 종합해 판단해야 한다”며 “피고인(박씨)의 행위를 종합해 보면, 1979년 12월 12일(12·12사태)과 1980년 5월 18일(5·18민주화운동)을 전후로 발생한 헌정질서 파괴 범죄를 저지하는 행위로서, 정당 행위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했다. 이어 “따라서 이 사건의 공소사실은 범죄가 되지 않는다”며 박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앞서 2019년 11월 수원지법 성남지원 형사1단독 정용석 판사는 “계엄포고 10호는 전두환 전 대통령이 시국을 수습한단 명목으로, 전두환 퇴진을 요구하는 국민저항을 제압하기 위해 발령한 것”이라며 처음으로 이를 위헌·위법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현재 계엄법 위반 등 혐의로 처벌 받은 전태일 열사의 어머니 故 이소선 여사 등 5명에 대해서도 재심이 청구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