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공원에서 실종됐다 닷새 만에 숨진 채 발견된 손정민(22)씨의 사인(死因)이 익사로 추정된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가 나왔다. 서울경찰청은 13일 “국과수에서 ‘사인은 익사로 추정되며 머리 2개소 좌열창은 사인으로 고려할 정도로 보기 어렵다'는 부검 감정서를 회신받았다”고 밝혔다. 국과수는 손씨가 음주 이후 비교적 짧은 시간에 사망했다는 소견을 내놓았다.
경찰은 손씨와 함께 술을 마셨던 친구 A씨를 12일 불러 프로파일러 면담을 했다. 2시간여 진행된 프로파일러 면담에서 A씨는 변호사를 대동한 것으로 전해졌다. 참고인 신분인 A씨는 프로파일러 면담에 동의했다고 한다. 경찰은 A씨의 노트북과 어머니 휴대전화에 대한 포렌식을 완료하고 A씨 아버지의 휴대전화는 임의제출 받아 포렌식을 하고 있다.
경찰은 당일 새벽 2시부터 3시 38분까지 손씨와 A씨가 한강공원 돗자리에 앉아있거나 누워있었다는 복수의 목격자 진술을 확보했다. 목격자들은 A씨가 여러차례 한강쪽으로 가 구토를 했다는 진술도 받았다. 경찰 관계자는 “오전 3시 37분쯤 A씨가 통화를 하고 있었고 손씨는 앉아있었다는 목격자 진술이 있었다”고 말했다. A씨는 당시 어머니와 통화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오전 3시 38분 이후 손씨와 A씨의 행적을 재구성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경찰이 현재까지 확인한 A씨의 행적에는 오전 4시 30분쯤의 상황이 추가됐다. 경찰은 “한 목격자가 ‘A씨가 가방을 메고 잔디끝 경사면에서 누워 잠들어 있는 장면을 확인하고 깨웠다'는 진술을 했다”고 말했다. 그 자리에 손씨는 없었다고 한다. 목격자는 일행 중 한 명이 사라져 찾던 중 A씨를 발견했다고 한다. 목격자는 술에 취한 상태가 아니었다는 게 경찰의 말이다. 경찰 관계자는 “목격자에 따르면 발견 당시 A씨는 물에 젖어있거나 한 상태는 아니었다고 한다”고 말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당시 상황을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한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목격자가 발견했을 당시 A씨는 한강에 가까운 경사면에 누워있었다. 경사면은 한강공원 잔디밭과 한강 사이의 공간이다. 경사면을 내려오면 낚시꾼들이 낚시를 하는 데 이용하는 돌무더기가 나온다. 수위가 높아지면 잠길 수도 있는데, 사건 당일에는 잠기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발견 당시 한강 방향으로 발을 뻗고 잔디방향에 머리가 있는 상태였다고 한다. 이때 목격자에 의해 깬 A씨는 목격자와 한 두마디를 나누고 자리에서 일어나 오전 4시 33분 토끼굴을 통과해 귀가했다. 손씨의 행적은 현재까지 오전 3시 38분 이후 확인되지 않고 있다.
조사 결과 손씨와 A씨는 3차례에 걸쳐 소주 2병, 소주 페트(640ml) 2병, 청하 2병, 막걸리 3병을 구입했다. 경찰 관계자는 “샀다고 다 마셨다는 건 아니다”고 설명했다. 국과수 부검 결과에는 손씨의 혈중 알코올 농도도 포함됐다. 다만 경찰은 이를 공개하지 않고 손씨 가족에게만 통보했다.
A씨의 휴대전화를 찾기 위한 수색도 계속되고 있다. 경찰은 13일 특수장비를 보유한 해군의 지원을 받아 수색을 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