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학퀴즈 왕중왕전'에 나가 준우승을 할 정도로 제게 자랑스러운 아들입니다. 지금 어디에 있는 건지…”
지난 28일 오전 12시 55분. 아들이 실종된지 사흘째 되던 날, 대학생 손정민(22)씨의 아버지는 모두가 잠든 시각 자신의 블로그에 이런 글을 올렸다. 게시물 제목란에는 ‘아들을 찾습니다'라고 적어 넣었다. 지금은 대학생이 된 아들이지만, 어릴 적 노란 후드티에 파란 패딩 점퍼를 입고 뛰어 놀던 모습, 계곡에서 환히 웃는 모습 등이 담긴 아들 사진 수십장도 첨부했다.
서울의 한 사립대 의과대학 1학년생인 정민씨는 지난 25일 새벽 서초구 반포한강공원에서 실종됐다. 29일 서울 서초경찰서에 따르면, 경찰은 실종 당일 신고를 받은 직후부터 지금까지 정민씨에 대한 수색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아버지 A씨는 한강 변을 돌며 정민씨를 찾는 내용의 현수막을 붙이고, 인근 아파트에도 전단 1000여 장을 붙이며 애타게 아들을 찾고 있다. A씨는 자신의 블로그에 “제겐 너무나 소중한 추억이고 흔히 말하는 눈에 넣어도 안 아픈 아들인데, 볼 수 있을지”라며 “오늘도 3일째가 지나간다”고 썼다.
◇친구 혼자 귀가…”술 취해 기억 안나”
정민씨는 지난 24일 밤 11시쯤 친구를 만나겠다며 집을 나섰다. 목적지는 서울 반포한강공원. 아버지 A씨에 따르면, 이튿날인 25일 오전 1시 30분까지도 정민씨는 카카오톡을 통해 뭘 먹고 있는지 등에 대해 어머니와 대화를 나눴다고 한다. 비슷한 시각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친구와 춤을 추며 놀고 있는 사진도 올렸다.
같은날 오전 3시 30분쯤. 정민씨와 함께 놀러 나간 친구 B씨는 자신의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어 “(정민이가) 취해서 자는데, 깨울 수가 없다”고 했다고 한다. B씨는 같은날 오전 4시 30분쯤 혼자 노트북과 휴대전화를 챙겨서 자신의 집에 갔고, 홀로 반포나들목으로 나오는 모습이 CCTV에 찍혔다. B씨는 경찰 조사에서 “잠을 자고 일어나보니 정민이가 옆에 없었고, 그래서 집에 갔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친구 B씨는 귀가한지 1시간 여 뒤 자신의 부모와 함께 다시 반포한강공원을 찾았다. 정민씨를 찾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찾지 못했고, 오전 5시 30분쯤 정민씨의 어머니에게 전화해 실종 사실을 알렸다. 이 때부터 정민씨를 찾기 위한 A씨와 A씨 아내의 사투는 시작됐다.
◇오전 7시, 휴대전화가 꺼졌다
전화를 받은 직후 A씨는 아내와 함께 아들을 찾으려 한강공원으로 나갔지만, 정민씨는 보이지 않았다. 정민씨의 휴대전화로 전화를 하자, 친구 B씨가 전화를 받았다. “집에 와보니 주머니에 있었다”고 했다고 한다. 이 휴대전화로 새벽 2시쯤 촬영된 영상에는 정민씨와 B씨가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 담겨 있었다. 경찰은 술에 취한 친구가 정민씨의 휴대전화를 잘못 가져왔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정민씨가 친구의 휴대전화를 가지고 있지는 않을까. A씨는 “그 번호로 전화를 시도했지만, 1시간이 지나자 전원이 꺼져 있다는 소리가 흘러 나왔다”고 썼다. 연락을 받고 오전 6시부터 1시간 가량 지속적으로 전화를 시도했지만, 응답이 없다가 휴대전화가 오전 7시 꺼졌다는 것이다.
실종 신고를 하고, 인근을 뒤졌지만 아들은 보이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신호가 잡힌 곳은 ‘서울 용산구 서빙고동 기지국’. 두 사람이 술을 마셨던 반포한강공원 수상택시 승강장 바로 맞은편이다. 경찰 관계자는 “이 기지국은 (휴대전화가) 한강 건너편인 강남에 있어도 강북에 있다는 신호가 잡히기도 한다”며 “휴대전화를 찾기 전까지는 강남과 강북, 혹은 강 중간 어디에 휴대전화가 있는지 확실히 알기 어렵다”고 했다.
◇경찰, 인근 차량 블랙박스 확보하며 수색
친구 B씨는 당시 상황 등에 대해 “술에 취해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 현재도 경찰에서 조사를 받고 있지만, 당시 한강반포공원 주변에 사람이 있는지조차 기억을 하지 못하는 등 상황을 구체적으로 떠올리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범죄 단서를 찾을 만한게 전혀 없기 때문에, B씨가 용의자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지는 않다”고 했다.
현재 정민씨의 아버지 A씨는 한강 변을 돌며 정민씨를 찾는 내용의 현수막을 붙이고, 인근 아파트에도 전단을 붙이며 애타게 아들을 찾고 있다. A씨는 블로그 글에서 “형사들도 노력하지만 폐쇄회로(CC)TV는 너무 없고 있어도 흐릿해서 아들인지 아닌지 파악이 안 된다”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경찰에 따르면, 정민씨와 친구 B씨가 놀았던 반포한강공원은 CCTV가 없다. 경찰 관계자는 “한강공원으로 진입하는 지하보도에는 CCTV가 있지만, 한강공원에는 구조물의 특성 때문에 사생활 보호 등을 이유로 CCTV가 없다”고 했다.
정민씨 부모는 아들의 친구들에게 실종 사건을 서울 시내 대학 커뮤니티에 올려달라고 부탁한 상태다. 경찰은 이곳에서 수십m 떨어진 주차장에 있는 차량 블랙박스 등을 확보하며 수색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