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 만 2세 여아 사망 사건의 DNA 검사 결과 친모로 나타난 석모(48)씨가 지난 3월 17일 검찰에 송치되는 모습. /연합뉴스

경북 구미의 한 빌라에서 사망한 만2세 여아 보람양 사건 관련한 첫 재판이 이달 중 대구지법 김천지원에서 열린다. 오는 9일에는 살인 등 4개 혐의로 기소된 김모(22)씨의 재판이, 22일에는 미성년자 약취 등 2개 혐의로 기소된 석모(48)씨의 재판이 예정돼 있다. DNA 검사 결과 보람양의 언니로 나타난 김씨는 적용된 혐의를 인정하는 반면, 친모(親母)로 나타난 석씨는 여전히 “아기를 출산한 적 없고, 바꿔치기 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유지 중이다.

◇석씨 “출산도 바꿔치기도 없었다”

7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김씨는 기소 이후에도 살인 및 아동복지법(아동방임)·아동수당법·영유아보육법 위반 등 4개 혐의를 대부분 시인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보람양과의 관계가 모녀가 아닌 자매로 밝혀진 사실에 대해선 최근까지도 선뜻 믿기 어려워했다고 한다. 하지만 수차례에 걸쳐 DNA 검사 결과가 동일하게 나오자 이를 애써 부정하진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김씨의 모친 석씨는 자신의 딸과 김씨의 딸을 바꿔치기 했다고 수사당국이 적용한 혐의와 DNA 검사 결과를 완강히 부정하고 있다. DNA 검사 상 친딸로 나타난 보람양을 자신이 낳지 않았다는 것이다. 석씨가 인정하는 건 보람양의 시신을 유기하려다 미수에 그쳤다는 혐의 뿐이다. 국과수 측은 “DNA 검사 결과의 정확도는 99.9999%에 달한다”는 입장이다.

◇훼손된 인식표·DNA·검색 기록·퇴사 후 재입사

앞서 지난 2018년 3월 30일 석씨의 딸 김씨는 구미의 한 산부인과에서 여아를 낳았다. 출산 당일 찍은 사진에서 여아의 왼쪽 손목과 오른쪽 발목에는 인식표가 붙어있었지만, 이틀 뒤(4월 1일) 촬영한 사진에서는 오른쪽 발목 인식표가 분리돼 머리맡에 놓여져 있었다. 인식표는 아기의 몸에 맞춰져 제작되는만큼 누군가 고의로 풀지 않으면 신생아의 힘으로는 빼거나 뜯을 수 없다고 수사당국은 판단했다. 아기가 바꿔치기 됐다는 정황으로 본 것이다.

인식표가 분리된 사진이 찍힌 다음날(4월 2일) 산부인과에서 진행한 채혈 검사에서 아기는 A형으로 나왔다. 김씨 부부는 그동안 이 아기에게 ‘보람’이라는 이름을 붙여 키웠고, 사건 이후 국과수와 대검이 총 4차례 진행한 DNA 검사에서도 보람양의 유전형은 AO로 나왔다.

반면 친모로 알려졌던 김씨는 BB, 김씨의 전 남편은 AB로 나오면서 보람양은 이들 부부의 자녀가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석씨는 DNA 검사에서 보람양의 친모로 나타났으며 보람양을 낳을 수 있는 유전형을 지닌 것으로 파악됐다.

이와 별도로 석씨의 인터넷 계정 기록에는 2018년 초 ‘수중 분만’ ‘셀프 출산’ 등 홀로 출산할 수 있는 방법을 검색한 내역이 있었다. 또 석씨는 2018년 1월 27~28일쯤 다니던 회사를 돌연 퇴사한 뒤 2018년 2월 27일 같은 회사에 재입사한 근태 기록을 남겼다.

이에 따라 수사당국은 석씨가 2018년 2월말~3월중 아기를 낳은 뒤, 동년 3월 31일과 4월 1일 이틀 중 산부인과에서 자신의 딸 보람양을 김씨의 딸과 바꿔치기 한 것으로 보고 석씨에게 미성년자 약취 혐의를 적용했다.

◇김씨 딸 행방, 보람양 親父 등 핵심 의혹 여전히 미궁

지난 2월 9일 석씨는 “딸 김씨의 계약이 만료됐으니 방을 빼달라”는 집주인의 연락을 받고 김씨가 거주하던 방에서 보람양 시신을 발견했다. 하지만 즉시 경찰에 신고하는 대신 김씨에게 전화를 걸어 “내가 처리하겠다”며 시신을 박스에 담아 유기하려다 미수에 그쳤다. 석씨는 시신 발견 사실을 숨기다 하루가 지난 10일에야 남편에게 이를 통보하면서 사건이 세상에 드러났다.

2월 12일 경북 김천시 대구지방법원 김천지원에서 DNA 검사 결과 언니로 나타난 김모(22)씨가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고 나오고 있다./연합뉴스

앞서 김씨는 2020년 8월쯤 살아있는 보람양을 빌라에 두고 현 남편의 집으로 옮겨와 살았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김씨는 보람양을 방치한 이유에 대해 “전 남편과의 아이라 보기 싫었고 경제적으로 힘들었다”고 말했다.

석씨와 김씨가 기소돼 재판을 앞두고 있지만 사건의 핵심 의혹은 여전히 풀리지 않은 상태다. 경찰과 검찰은 재판 이후로도 석씨가 바꿔치기한 것으로 추정되는 김씨 부부 친딸의 행방·사망한 보람양의 생물학적 친부(親父) 등을 추적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