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7일 오전 경북 구미경찰서에서 김한탁 구미경찰서장이 '구미 여아 살인사건'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북 구미시 한 빌라에서 미라 상태로 발견된 만2세 여아 보람양의 친모로 나타난 석모(48)씨가 17일 검찰에 송치됐다. 경찰은 석씨가 시신 발견 이후 곧바로 신고하지 않는 등 시신을 유기하려한 정황을 확인했다. 하지만 석씨와 함께 보람양을 낳았을 생물학적 친부(親父)·석씨의 딸 김모(22)씨가 낳은 실제 자녀의 행방 등 사건의 핵심 의문점은 여전히 풀지 못했다.

17일 경북경찰청과 구미경찰서는 미성년자 약취 혐의·사체유기 미수 혐의로 석씨를 대구지검 김천지청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고 밝혔다. 석씨는 자신의 딸과 김씨의 딸을 바꿔치기 했고, 이후 보람양의 시신을 발견하고도 하루 늦게 경찰에 신고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날 오후 송치된 석씨는 “억울하냐”는 기자들 질문에 “네”라고 답했다. 사체 유기 미수나 김씨 딸의 행방에 관해선 입을 다물었지만, DNA 검사 결과를 인정하느냐는 질문에는 “인정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보다 앞서 이날 오전 구미경찰서에서 약 30분간 진행된 브리핑에서 김한탁 구미경찰서장은 “사건 송치 후에도 수사를 여전히 지속하겠다”고 했다.

경찰에 따르면 석씨는 지난달 9일 “(딸 김씨의)방을 빼달라”는 빌라 주인의 연락을 받고 윗층으로 올라가 보람양의 시신을 발견했다. 그럼에도 즉시 신고를 하지 않고 이튿날인 10일 남편에게 이를 통보한 뒤, 함께 올라가 시신을 확인하고 신고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실제로 석씨가 시신을 유기하진 않았지만, 발견 직후 바로 신고하지 않은 점 등을 감안해 사체 유기 미수 혐의를 적용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석씨가 바꿔치기 한 것으로 추정되는 김씨 딸의 행방과 생존여부·바꿔치기 수법·보람양의 생물학적 친부의 정체 등 사건 핵심 요소는 수사 36일째인 이날도 여전히 미궁에 빠진 상태다.

경찰은 석씨와 딸 김씨가 공모했을 가능성에 대해 “현재까지 밝혀진 사실은 없다”고 말했다. 행방불명된 김씨의 딸과 보람양의 생물학적 친부에 대해선 “구체적 행방이 확인된 바 없어 추적 중”이라고 했다.

3월 17일 오후 경북 구미경찰서에서 3세 여아 사망사건의 친모인 석모씨가 호송 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경찰은 이날 석씨를 미성년자 약취 혐의 외에 시체유기 미수 혐의를 추가해 검찰에 송치했다./연합뉴스

또한 경찰은 석씨에게 거짓말 탐지기를 사용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석씨가 거짓말 탐지기를 사용할 조건을 충족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DNA 검사 결과를 부정하고 있는 그 자체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거짓말 탐지기(를 활용할) 필요성이 없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석씨와 김씨, 보람양 등 사건 관계자들의 DNA 샘플이 바뀌었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샘플이)바뀔 일은 절대 없다, (본인들 것이)명확하다”고 했다.

경찰에 따르면 석씨는 DNA 결과에 불복하면서 한번 더 검사를 요청했다고 한다. 해당 검사에서도 석씨와 보람양의 친자 관계가 확인됐지만 석씨는 여전히 이를 부정하고 있는 상태다.

보람양의 사인 역시 오리무중이다. 17일 현재까지 국립과학수사원이 부검 결과를 공식 회신하지 않았다고 경찰은 밝혔다.

보람양과 행방이 묘연한 김씨 딸의 혈액형 일치 여부를 묻는 질문에 대해 경찰은 “혈액형이 무엇인진 확인해줄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보람양의 혈액형이 언니인 김씨 부부 사이에서 나올 수 있는 혈액형이냐는 취재진 질문에는 “그 범위에 포함돼 있다”고 답했다.

앞서 지난달 10일 보람양은 구미의 한 빌라에서 미라화된 시신으로 발견됐다. 사인을 정확히 파악할 수 없을만큼 부패한 상태였다. 시신의 최초 발견자는 같은 빌라 아래층에 살던 석씨 부부로, 당시 석씨는 경찰에 자신을 ‘외할머니’라고 소개했다.

2월 12일 경북 김천시 대구지방법원 김천지원에서 지난 10일 구미시 빌라에서 2세 여아가 숨진 채 발견된 사건과 관련해 아이의 어머니가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고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경찰은 수사 초기 지난해 7~8월쯤 살아있던 보람양을 남겨둔 채 빌라를 떠난 김씨를 친모로 보고 살인 등 4개 혐의를 적용해 검찰에 구속 송치했다.

하지만 수차례에 걸친 국과수 DNA 검사 결과에서 보람양의 친모는 석씨로 나타났다. 외할머니였던 석씨가 친모였고, 친모로 알려졌던 김씨는 언니였던 것이다.

경찰은 석씨를 검찰에 송치한 뒤 김씨 딸의 행방·친부의 정체 등에 대한 추가 수사를 이어나갈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