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신저피싱 주고받은 카카오톡 내용./경기북부경찰청

“아빠, 문화 상품권 사줄 수 있어?

지난 1월 경기도 고양시에 사는 A씨는 군대에 있는 아들로부터 한통의 카카오툭 메시지를 받았다. 아들이 스마트폰 액정이 깨져 서비스센터에 맡겼다고 말하자 A씨는 안타까움에 문화상품권 10만원권 8매를 구매해줬다. 이 과정에서 “아들, 아빠가 지금 바쁜데 나중에 하면 안 될까~?”라고 물었다.

하지만 카톡 속 아들은 “그럼 내가 아빠 신분증을 갖고 대신 사면 안 될까?”라고 되묻기도 했다. 실제 아들의 프로필 사진과 같고 평소 말투도 비슷해 A씨는 전혀 의심하지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아들인 줄만 알았던 카카오 톡 대화 상대는 ‘메신저피싱’ 범죄자 였다.

지난달 경기도 의정부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발생했다. 40대 여성 A씨는 동생으로부터 “급히 송금할 곳이 있는데, 대신 송금해 주면 안 되겠느냐”는 카카오톡 메시지를 받았다. 평소 동생과 종종 카카오톡을 주고받던 A씨는 아무런 의심없이 98만원을 불러준 계좌로 송금했다. 하지만 이 역시 메신저피싱 사기범이었다. 금융기관에서는 100만원 이상 통장으로 송금하면 ATM 자동화기기에서 30분간 해당 송금액을 찾을 수 없는 ‘지연 인출제도’ 운영하고 있다. 이 때문에 사기범들은 100만원 미만 소액의 돈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이처럼 카카오톡이나 페이스북 메신저로 말을 건 뒤 돈을 갈취하는 이른바 ‘메신저 피싱’ 피해 사례가 여전히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15일 경기북부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발생한 메신저 피싱 사건은 486건으로, 2019년(99건) 대비 약 5배로 증가했다.

지난달 경기도 양주에 사는 10대 학생이 페이스북 메신저를 통해 친구를 사칭한 송금 피해 사기를 당하기도 했다. 이들 사건의 인출책 노릇을 한 30대 남성 B씨와 20대 남성 C씨 등은 검거돼 검찰로 넘겨졌으나, 피싱 사기범인 주범들은 경찰이 아직 추적 중이다.

메신저 피싱의 경우 연락처 목록이 저장된 인터넷사이트를 해킹해 알아낸 개인정보를 이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경찰은 관련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면, 비밀번호를 수시로 변경하고 해외 로그인을 차단하거나 2단계 보안 인증 설정을 하는 등 보안 장치를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카카오톡 대화 상대가 해외 번호 가입자로 인식되면 지구본 그림이 이미지로 표시될 수 있으니 이 경우 특히 주의해야 한다.

경찰 관계자는 “메신저로 가까운 지인이나 가족·친척이 금전을 요구한다면 반드시 전화로 사실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며 “또한 보이스피싱에 대비해 평소 전화나 문자로 금전거래를 하지 않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