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전남 여수 한 아파트 냉장고에서 태어난 지 2개월 된 남자아기가 2년여 만에 숨진 채 발견된 가운데, 어머니 A씨의 7살 아들과 2살 딸이 오랫동안 쓰레기 더미 속에서 생활한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시체 유기 혐의 등으로 구속됐다. 사진은 쓰레기로 가득 찬 A씨 집 내부./여수시

전남 여수시 한 아파트 냉장고에서 숨진 채 발견된 갓난아기는 동사무소에서 청소한다는 연락을 받은 엄마가 차량에 옮겼다가 다시 냉장고에 보관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때문에 지난달 25일 냉장고까지 청소를 했던 동사무소 관계자들은 아기의 시신을 발견하지 못했다.

2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달 27일 여수 한 아파트 냉장고에서 생후 2개월 된 갓난아기가 2년여 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숨진 아기를 2년여 동안 집안 냉장고의 냉동실에 보관한 A(43)씨를 사체 유기 혐의로 구속했다.

앞서 여수시는 지난달 20일 아동 학대 정황을 확인한 뒤 A씨의 아들(7)과 둘째 딸(2)은 A씨와 분리 조치해 아동쉼터로 보냈다. 여수시는 “A씨는 아들만 출생신고를 하고 쌍둥이 남매는 출생신고를 하지 않아 주변에서조차 쌍둥이의 존재를 알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달 25일 여수시가 아동보호전문기관과 함께 A씨의 집을 확인해보니 집안에는 쓰레기 더미로 가득했다. 거실과 방은 물론, 가족들이 머물렀을 것으로 추정되는 침대 위까지 온갖 쓰레기로 덮여 있었다. 여수시는 25일 A씨의 집을 청소했고 쓰레기 5t을 수거했다.

요리를 한 흔적도 보이지 않았고 주로 배달 음식을 시켜 해결한 것으로 여수시는 판단했다. 집 안을 청소할 당시 직원들은 냉장고까지 깨끗하게 청소했지만, 아기의 시신을 발견하지 못했다.

경찰은 집 안을 청소한 이후 27일, “쌍둥이가 있었던 것 같다”는 신고를 받고 수색을 벌여 냉장고에 있던 아기 시신을 찾아냈다. A씨는 이에 앞서 동사무소에서 청소를 나온다는 연락을 받고 아기 시신을 자신의 차 안에 옮겼다가 다시 냉장고에 보관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에서 A씨는 “무서워서 그랬다”고 오열하며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아이가 죽은 뒤부터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집안을 치우지 않아 쓰레기가 쌓인 것 같다”며 “아동 학대 등 자세한 사건 경위를 조사해 검찰에 송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A씨에게 제대로 된 보호를 받지 못한 자녀들에 대한 심리 치료가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A씨는 첫째인 아들만 출생신고를 하고 쌍둥이는 집에서 분만한 뒤 출생신고를 하지 않아 동사무소는 물론, 주변에서조차 쌍둥이의 존재를 눈치채지 못했다. 이웃 주민의 신고로 아동 학대 사실이 알려졌지만, A씨는 “아는 언니의 아이”라며 거짓말로 일관했다.

A씨는 오후 6시에 일을 하기 위해 외출했으며 새벽 2~3시에 귀가했기 때문에 아이들은 쓰레기 더미 속에서 생활할 수 밖에 없었다.

A씨의 자녀들은 학대피해아동 쉼터에서 심리 치료를 받고 있다. 아동 쉼터에서는 2개월까지 생활할 수 있고 이후에는 가정 위탁이나 보육시설로 가야 한다. 전문가들은 “피해 아동들이 오랜 시간 열악한 환경에서 생활한 만큼 지속적인 심리 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