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없어 아기를 키우기 어렵다. 그래서 20만원에 입양 보내려 했다.’
지난 16일 중고 물품 거래 온라인 장터인 ‘당근마켓’ 홈페이지에 ‘아이를 20만원에 판매한다’는 글과 아기 사진을 올려놓은 20대 친모의 반응이었다. 다른 당근마켓 이용자가 ‘엽기 게시물’을 올린 이유를 묻자 이렇게 반응한 것이다. ‘갓난아기를 판다’는 눈을 의심케 하는 글은 사실이었다. 임신 9개월 만에 지난 13일 출산한 아이였다. 친모는 생후 나흘 된 아기를 20만원에 입양 보내려 했던 것이다. 전국에서 신고가 잇따르자 경찰은 산모의 소재를 확인했다.
앞서 지난 16일 오후 6시 36분쯤 당근마켓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서귀포시 지역 카테고리에 20만원이라는 판매금액과 함께 ‘아이 입양합니다. 36주 되어있어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이불에 싸인 아기 모습이 담긴 두 장의 사진도 함께 게시됐다. ‘9개월 만에 낳은 갓난아기를 키우지 못하니 20만원에 아무나 데리고 가라’는 게시물은 진위를 놓고 논란이 가중됐다.
해당 게시물의 캡처 사진이 도내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공유되면서 누리꾼들의 공분을 샀고 112에 신고가 접수됐다. 이 판매글은 제주도 지역 맘카페 등 온라인으로 퍼졌다.
글을 본 누리꾼들은 “제발 거짓말이었으면 좋겠다” “말세다” “정신에 문제 있는 사람” “9개월 배에 품었던 친자식을 물건 취급하다니” “너무 안쓰러워요. 배 아파서 낳은 아이인데” “금수만도 못한 짓을~ 아무리 사연이 있다 해도 상식이란 게 있거늘” “믿기지 않네요. 이런 못된 짓은 벌 받아야 합니다” “못 키울 거면 보호시설에 맡겨도 되는데 참 사람으로 안 보이네요” 등의 반응을 보였다. “폭력적인 댓글은 오히려 보호자를 자극해 아기를 위험하게 할 수 있다. 보호자가 마음을 바꿔서 아기가 소중하게 사랑받으며 자라나길 바란다”는 동정의 글도 있었다.
판매글을 목격한 일부 누리꾼들은 “판매글 게시자를 처벌해 달라”면서 112에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근마켓에 올라왔던 판매글은 이후 삭제됐다.
경찰은 전국에서 신고가 접수되자 인터넷으로 연결된 컴퓨터 고유의 식별 번호(IP) 추적 등을 통해 글을 올린 산모를 찾았다. 제주도 한 산부인과에서 지난 13일 출산한 20대 산모가 해당 게시물을 올린 것으로 조사됐다. 산모는 아기를 낳고 나서 공공산후조리원에서 몸을 추스르던 중 판매 글을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자신이 글을 올렸다고 답변했다”며 “산모와 아기 모두 무사하며, 산모를 상대로 게시물을 올린 경위를 확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산모에게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 적용을 검토하는 경찰은 여성 수사관을 산후조리원에 보내 게시물을 올린 정확한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
당근마켓은 인터넷 중고거래 업체 중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사용률 1위에 올랐다. 누적 가입자가 1000만명이 넘는다. 그런데도 ‘아기 판매’라는 엽기적인 게시물을 제때 막지 못했다. 업체 측은 인공지능(AI)으로 동물 등 생명체 거래를 차단하고 있지만 아기가 판매 대상으로 올라오는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라 즉각적인 대응을 못 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의 게시글은 올라온 지 4분 만에 다른 이용자들로부터 철퇴를 맞았다. 이용자들이 당근마켓에 불법 게시물 신고를 한 것이다. 하지만 이후 마켓 측은 A씨에게 해당 불법 게시물을 삭제하라고 고지만 할 뿐이었다. A씨가 게시물을 내리지 않자, 마켓 측이 오후 6시 44분쯤 강제로 게시물이 보이지 않도록 조치했다. 8분 동안 아기 판매 글이 버젓이 노출된 것이다. A씨는 다음날인 17일 오전 11시쯤 당근마켓을 자진해서 탈퇴했다. 당근마켓 측은 “더 정교한 AI 필터링 기술과 시스템을 갖추겠다”고 해명했다.
한편 원희룡 제주지사는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온라인 마켓에 아이 입양 글을 올린 미혼모 기사를 보고 너무 놀랐다”며 “미혼모로서 세상에 혼자 남은 것 같은 두려움에 그런 것(글을 올린 것) 같다”고 말했다. 원 지사는 “무엇이 합법적 입양 절차를 가로막았는지와 미혼모 보호, 지원 실태를 점검하겠다”며 “'미혼모와 입양 제도에 대한 전반적인 점검이 필요하다'는 국회의원의 조언도 있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