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해역에서 표류하던 이모(47)씨가 북한군에 의해 살해되고 불태워진 사실을 청와대와 군 당국이 확인한 이후에도, 해경과 해군 장병들이 약 35시간동안 그러한 사실을 전혀 모른채 수색 작업을 벌인 정황이 드러났다. 국방부가 정권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이씨 사망 사실을 고의로 숨겼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이 25일 공개한 해양경찰청 상황보고서에 따르면, 어업지도선 무궁화 10호에서 근무하던 이씨가 실종됐다는 신고는 21일 오후 12시51분에 해경에 접수됐다. 가장 가까운 해경 파출소 선박이 현장으로 출동, 오후 1시 47분부터 수색을 시작했다.
해경이 설정한 수색범위는 소연평도를 중심으로 약 960㎢였다. 서울시 면적(605㎢)보다 1.5배 넓다. 첫 날 21척의 정부·민간 선박과 2대의 헬기가 이씨를 수색하기 위해 투입됐다. 투입된 선박의 통상 승조 인원을 고려하면 이날 하루 수색에 참여한 인원은 200여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이후 해경·해군의 수색은 24일 오전까지 나흘간 이어졌다. 21일 오후 5시에 수색을 종료한 당국은 22일에는 오전 8시부터 선박 13척을 투입해 오후 5시까지 수색했다. 그날 밤 10시11분, 군 수뇌부는 이씨가 살해당하고 불태워진 사실을 파악했고, 청와대에도 보고했다.
그러나 해경은 이러한 사실을 전혀 몰랐고, 다음날인 23일에도 해군 지원을 받아 선박 총 17척을 투입돼 오전5시부터 오후 9시까지 수색했고, 24일에도 오전 5시부터 수색을 진행하다가, 국방부가 공식 브리핑을 한 오전 11시에야 끝이 났다. 약 35시간 동안 빈 바다를 뒤지고 다닌 것이다. 해경은 이후 수색 목표를 ‘이씨의 시신 및 유류품 수습’으로 바꿔 다시 바다를 수색하고 있다.
국방부가 24일 오전 공식 브리핑 때까지 해경과 해군 실무자에게도 이씨의 사망 사실을 전달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 현장에서는 불만이 나온다. 한 해경 관계자는 “군도 첩보를 종합하고 사실 관계를 명확히 하느라 해경에 미처 알리지 못했겠지만, 이틀이나 지나서 그것도 언론을 통해 알게 한 것 너무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