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계룡시의 한 고등학교에서 고3 학생이 교사에게 흉기를 휘두르는 사건이 벌어졌다. 가장 안전해야 할 학교에서 최근 이 같은 흉기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자 정부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3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이날 오전 8시 41분쯤 계룡시 한 고등학교 3학년생 A(18)군이 학교 교장실에서 교사 B(38)씨에게 흉기를 휘둘렀다. 등과 목을 다친 B씨는 대전의 한 병원에서 응급 수술을 받았고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다. A군은 범행 직후 달아났다가 경찰에 자진 신고해 붙잡혔다.
A군은 과거 중학생 시절 학생부장이었던 B씨가 본인을 훈육한 일에 불만을 품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B씨는 올해 이 고교 역사 교사로 전근을 오며 A군과 다시 만났다. A군은 B씨가 옆반 담임으로 부임하자 지난달 초부터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며 등교를 거부했다. B씨는 A군에게 사과 편지를 보냈지만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고, A군은 학교 측의 제안으로 지난 6일부터 아산시에 위치한 대안학교에서 위탁교육을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A군은 대안학교가 아닌 해당고교를 찾아 교장에게 B씨와 면담을 요청했고, 교장이 자리를 비운 사이 교복 바지에서 준비해둔 흉기를 꺼내 휘두른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 조사에서 “중학생 시절 트라우마가 떠올라 범행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학교에서는 이런 흉기 사건이 끊이지 않는 상황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학교 내 폭력 사건(상해·폭행 등)은 2022년 1283건, 2023년 1555건, 2024년 1561건 등 증가 추세다. 지난달 24일에는 광주광역시의 한 중학교에서 특수교육 대상자인 학생이 동급생 두 명에게 흉기를 휘둘러 다치게 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자고 있는데 친구들이 깨웠다는 이유였다. 지난달 19일에는 청주시 한 고교 복도에서 한 학생이 흉기로 동급생을 두 차례 찔렀다. 이 학생은 경찰 조사에서 “기분 나쁜 일이 있었는데 순간 욱해서 범행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 4월 20일에도 청주시 한 고등학생이 흉기 난동을 벌여 교직원 등 6명을 다치게 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학교생활 스트레스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교육부는 이 사건을 계기로 돌발 위기 상황 대응 매뉴얼을 만들어 배포하고, 학교 안전 보안관을 늘리겠다고 발표했지만, 실효성이 없었던 셈이다. 교사에 대한 상해·폭행 사건은 2022년 347건, 2023년 488건, 2024년 502건 등 매년 증가 추세다.
전문가들은 학생들이 교사에게 흉기까지 휘두르는 것은 ‘교권 추락’만으로는 설명이 어렵다고 보고 있다. 학생들의 전반적인 정신 건강이 악화된 영향이 크다는 것이다. 국가데이터처가 작년 발표한 ‘아동·청소년 삶의 질’ 보고서에 따르면, 일상생활에서 스트레스를 느낀다는 청소년이 2024년 42.3%로, 전년 대비 5%p 늘었다. ‘범불안장애 경험률’ 역시 14.1%로 전년 대비 1.5%포인트 증가했다. 박미랑 한남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정신적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는 학생들은 학교에서 느끼는 긴장도가 높고 해소 방법을 몰라 폭력으로 표출하는 경우가 있다”며 “정부가 학생 정신 건강을 면밀히 파악하고, 치료 대상 학생을 중심으로 흉기 소지 여부 등을 지속적으로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이날 충남교사노조는 성명을 내고 “학생인권조례의 ‘소지품 검사 제한’ 등으로 흉기 소지 여부 검사 같은 선제적 조치가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위험을 인지하고도 개입하지 못하는 구조를 탈피할 법적·제도적 안전망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국교총도 성명을 내고 “상해나 폭행, 성폭력 등 중대 교권 침해 조치 사항은 학생부에 기재해 범죄를 예방해야 한다”고 했다.